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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월 29일] 연구기관장까지 일괄 '물갈이'해야 하나

기초과학 분야 정부출연연구소 기관장들이 일괄사표 제출을 종용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장들에게 재신임 절차를 거치겠다며 일괄사표를 종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산하기관장들의 재신임을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이다. 그러나 업무 특성 또는 연속성 등을 감안할 때 무조건 물갈이보다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거나 재신임하는 것이 합리적인 인사가 될 수 있다. ‘코드 인사’로 문제가 될 만한 기관장들은 임기보장을 이유로 강경하게 버티고 있고 전문성 등에 비추어 꼭 교체되지 않아도 될 기관장들은 사표를 내거나 물갈이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비정치적인 분야에서까지 정권이 바뀌었다고 모든 산하기관장들이 물갈이 대상에 올라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장들의 경우 정치적으로 선임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연구실적과 전문성에 기초해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쉽게 말해 ‘낙하산’ 기관장도 아니고 코드 인사도 아닌데 단지 전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사표를 내라고 하거나 교체한다면 인사의 명분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선임된 지 1년도 안 되는 기관장들을 교체한다면 새 정부의 사람을 심기 위한 또 다른 코드 인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과학이나 기술 관련 연구소의 책임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전공 분야에 한평생을 바친 전문직 출신이다. 정치적 성향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는 연구에 몰두해온 전문가들이다. 내부승진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 분야 연구기관장들까지 일괄 교체한다면 정권의 취지에 맞는 연구에만 나서라는 새로운 지침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과학 분야 연구기관장들이 모두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일괄사표를 종용하는 것은 연구풍토의 자율성과 다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개발의 연속성과 사기를 감안해 정치성이 거의 없는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기관장 물갈이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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