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로 꼽히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테베 카드모스 왕가의 비극적 전설을 바탕으로 한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이다. 이 책에서 오이디푸스는 테베 시민들이 역병으로 고통받게 되자 "자신만큼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영혼(psyche)이 자신은 물론이고 그가 다스리는 도시국가와 시민들을 위해 슬퍼하고 있다"고 말한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외신에 오르내리는 고은 시인은 "문학과 역사는 동의어이고 시와 혁명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상호 성장적인 영혼의 쌍둥이"라며 "시는 인간의 내부에서 외부로 분출하는 영혼의 혁명이기에 혁명은 정치적 개념 밖에서도 한 시인의 운명에 반드시 들어있어야 할 생명의 재생 행위"라고 표현했다. 그리스 시대의 서사시와 철학, 종교는 물론 중세와 근대 격동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영혼'은 심오하면서도 본질적이며 중요한 화두였다. 영혼은 어디서 기원하며 영원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혼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과연 이 시대의 방황하는 영혼들이 평화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그리스 철학ㆍ신학 연구가인 저자가 펴낸 '영혼의 역사'는 근대화와 산업화 속에서 현대인에게서 다소 멀어져 버린 '영혼'을 다뤘다. 화두를 구체화하기 위해 저자는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이성주의 철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왜소화시킨 영혼의 개념을 그리스 신화와 철학 속에서 찾는 작업에 몰두한다. 그리스어로 영혼을 뜻하는 프쉬케(psyche)는 '숨쉬다'를 뜻하는 프쉬코(psycho)에서 유래했다. 심리학(psychology), 정신과 의사(psychiatrist), 사이코패스(psychopath) 등 오늘날 영혼이나 정신과 관련된 용어들도 결국 이 말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저자는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 호메로스가 활동하던 고대 그리스 초기에만 해도 영혼은 주로 생명력을 뜻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는 장면을 "헥토르의 영혼(psyche)이 육체를 떠나 하데스의 집으로 갔다"고 묘사했다. 이처럼 생명력을 뜻했던 영혼은 고대 그리스 후기로 접어들면서 생명력은 물론 감각ㆍ감정ㆍ상상력ㆍ사유ㆍ추리ㆍ판단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의미가 확대됐으며 자아나 영성의 개념보다는 철학적으로 훨씬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현대인들이 일상적인 삶에 매몰되는 속도 역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결국 "인간이 영혼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근원으로 돌아가 그리스 신화와 철학 속에서 잃어버린 영혼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대인들의 영혼 개념 속에서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궁극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으며 현대인들의 피폐한 삶을 치유할 중요한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3만 2,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