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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경기방어 툴이 없다] 부양책 쓸 처지 안되고… 유럽은 사면초가

"유로화 무너지면 유럽 전체 붕괴" <br>메르켈, 그리스·伊 구조조정 촉구


"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들은 신속히 구조조정에 나서야 합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헌법재판소가 그리스 구제금융안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놓은 7일(현지시간) 연방 하원 연설에서 "유로화가 무너지면 유럽 전체가 붕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더블딥(이중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에 발목이 잡혀 뾰족한 부양책을 내놓을 수 없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 국)의 현 주소를 여실히 드러낸다. 보통 경기가 둔화될 기미를 보이면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는데 지금은 이러한 전통적 부양책을 쓸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당장 이탈리아 상원은 이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제출한 542억7,000만유로 규모의 재정긴축안을 통과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처지이고 독일 역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에 따라 현재 1,230억유로인 분담액을 2,110억유로로 늘려야 한다. 이미 재정긴축에 돌입한 그리스의 경우 유럽연합(EU) 등이 제시한 목표치를 맞추지 못해 이달 말로 예정된 80억유로 규모의 6차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손발이 묶인 유로존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주요 경제지표는 빠르게 악화됐다. 유로존의 올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를 기록해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고 그나마 재정여건이 양호한 독일 역시 같은 기간 GDP가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경기선행 지표인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8월 49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경제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를 떠받쳐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통화정책은 금리를 내리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ECB가 올해 물가상승 전망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연내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최후의 카드로 평가 받는 금리인하 역시 경기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주요 은행들이 대출에 나서는 대신 ECB에 돈을 묻어두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경기가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닉 쿠니스 ABN암로은행 거시전망본부장은 "ECB는 위험요소가 큰 금리인하 대신 다른 수단을 선택하기를 원하지만 경제상황이 점차 악화돼 결국에는 금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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