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병서 '손자' 유래·변천사 담아
'전쟁론' 등 서양 병법서와 비교도
역사학자들이 꼽는 대표적인 전쟁의 속임수는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1944년 6월 6일 프랑스의 노르망디 반도로 연합군이 상륙한 군사 작전으로 작전명은 '오버로드(Operation Overlord)'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독일군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연합군은 그 기만 작전을 '보디가드(Operation Bodyguard)'라고 불렀다. 보디가드 작전의 일환으로 노르웨이 상륙작전을 통해 북유럽 쪽으로 독일군을 유인했으며, 지중해에 주둔한 연합군의 규모를 과장한 루머를 퍼트림으로써 독일군이 노르망디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속임수가 실행됐다.
비단 노르망디 상륙작전뿐 아니라 고금을 통틀어 모든 전쟁에는 크고 작은 속임수가 뒤따른다. 적의 눈을 속여야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 상당수 전쟁이 그런 속임수로 승패가 갈렸다.
중국 내 '손자'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리링 베이징대 교수가 펴낸 '전쟁은 속임수다(원제 兵以詐立)'가 번역, 출간됐다. 책의 제목인 '병이사립(兵以詐立)'은 '손자병법'의 '군쟁' 편에 나오는 말로, "병법에서 가장 좋은 것은 속이는 것이니, 속임수를 많이 쓸수록 더욱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책은 고대 병서(兵書)가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출현했으며, '손자'라는 책의 다양한 판본이 지금의 형태로 어떻게 완성됐는지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병서는 중국 고대의 유산으로 수량이 아주 많은데 선진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4,00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가운데서도 '손자'는 고도의 전략과 철학의 색채를 띠고, 운용의 묘를 매우 중시하는 병서로, 병서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1984년 저명학자 리쩌하우도 '손자ㆍ노자ㆍ한비자를 함께 이야기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 사상은 '손자'의 군사에 관련된 변증법에서 발전해 '노자'의 철학 사상이 나왔고, '노자'의 철학 사상에서 발전해 '한비자'의 제왕술이 나왔으며 '한비자'에 이르러 '사람의 정신과 지혜를 돕는다'는 개념이 나왔다"며 손자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실제로 저자는 '손자'의 사상적 차원에 큰 의미를 두고 병법기술도 인간행동학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싸움은 몸을 쓰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정신도 쓰는 일입니다. 병법에도 철학이, 그것도 아주 심오한 철학이 있습니다."(91쪽)
저자는 '손자' 이해의 기본 방향과 방법을 논한 후 '손자' 13편을 내편과 외편으로 나눠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한다. 우선 내편에서는 권모(拳摸)는 전략을 위주로, 형세(形勢)는 전술을 위주로 설명한다. 저자는 "권모와 형세 모두 계모(計謨)를 이야기하지만, 계에는 큰 계략과 작은 계략이 있는데, 권모는 큰 계략이며 형세는 작은 계락"이라고 말한다.
외편의 군쟁(軍爭) 부문은 응용과 기술에 치중하고 있는데, 어떻게 군대를 이끌고 적국에 들어가는가 하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안, 즉 협동이나 지형 등의 문제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유럽의 군사 평론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의 '전쟁론'을 한 구절, 한 구절씩 '손자'와 비교하면서 체제적인 차이,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와 공통점, 구체적인 병술과 전략에서의 공통점 및 차이점 등을 분석한 점이 눈길을 끈다. 4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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