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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들이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앞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경제개혁 정책이 한층 강도 높게 추진될 전망이다. 일본 경제는 회복기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지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자민당의 총선 압승까지 겹치면서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승리로 일본의 우익 편향 성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개혁 가속화 전망= 고이즈미 총리는 총선에서의 압승에 힘입어 우정민영화법안을 참의원에 다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은 지난달 우정민영화법을 부결한 전력이 있지만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재차 부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우정민영화법이 통과될 경우 국철 분할과 민영화, 도로공단 민영화, NTT 민영화 등 자민당이 그간 추진해 온 일련의 민영화 정책이 매듭지어 질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우정민영화를 끝으로 작은 정부로의 구조개혁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또 공무원 감축, 과도한 사회보장비 억제 등을 통한 재정 건전화와 세제개편 등을 추진하면서 민간에 정부영역을 이양하되 일부 고통분담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다드 차터드의 캘럼 핸더슨 투자전략가는 “자민당이 안정적 다수를 확보함에 따라 일련의 경제개혁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한편 개혁 반대파들은 궤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정공사의 민영화는 국내외 민간 금융자본들에게도 기회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우정공사 직원 28만명 중 3분의 1은 옷을 벗게 될 것으로 보여 직원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경제 상승탄력 강화될 듯= 고이즈미 총리의 총선 승리는 향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의 부실채권을 줄이고 정부의 재정적자를 축소하려는 고이즈미 정권의 정책이 계속 이어지면서 일본경제의 회복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엔화 가치는 이 같은 기대감을 미리 반영해 고이즈미 총리가 조기총선을 선언한 지난달 8일 이후 달러 대비 2% 가량 상승했다. 지난 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0.8% 오른 달러당 109.68엔을 기록하며 나흘 만에 강세로 돌아섰다. 더구나 달러 가치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영향 받고 있다는 점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스콧 슐츠 외환 트레이더는 “고이즈미의 승리는 엔화 강세 요인”이라며 “투자자들이 최근 몇일 간 엔화를 사지 않은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터스 뱅크 앤 트러스트의 팀 마자넥 수석 외환투자전략가도 “현 상황에서는 엔화를 사고 유로화를 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우익화 더욱 심해질 듯= 이번 자민당의 압승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가 앞으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지속할 가능성이 더욱 커져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다시 외교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한국ㆍ중국과의 관계에 관한 자민당 선거 공약이 ‘미래지향형의 연대강화’라는 추상적 선언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 이후 한ㆍ중ㆍ일 3국 관계가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이라크의 자위대파견을 연장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배경으로 중국과 북한을 가상적국으로 상정, 군비를 확대하고 이를 위해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과의 관계는 보다 긴밀해질 전망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연대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힘의 우위를 지키겠다는 복안이다. 자민당은 ‘일ㆍ미 관계의 한층 강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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