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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PFV 이사회는 10개 출자사 중 4개사가 참석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파행으로 끝난 지난달 17일 이사회 때보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몇 발자국 퇴보한 것이다.
당시 삼성물산ㆍ삼성SDSㆍKB자산운용ㆍ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 4개사는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장 인근까지 왔다가 따로 회동을 한 뒤 발길을 돌렸다. 누가 이들을 돌려보냈을까. 사업을 좌초위기에 내몬 이는 누구일까.
사실 최근 드림허브의 ‘집안 싸움’을 두고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지금의 개발 방법이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코레일의 주장이나, 지난해 합의한 사업 정상화 협약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롯데관광개발의 주장 모두 나름대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나름의 타당성을 갖춘 각각의 주장을 수렴해가는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관리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의 한 관계자는 불참한 4개사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회의장에 입장해서 대립각을 좁힐 줄 모르는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지기보다는 오히려 기권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은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풀어 쓰자면, 결국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을 좌초위기로 내모는 것은 ‘불통(不通)’인 것이다.
코레일이 구조개편안을 들고 나온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출자사 간 논의는 그 어떤 진전도 없다. 오히려 논의가 필요한 다른 안건마저 외면당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19일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필요한 2,500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 안건은 이사회 무산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미 많은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그 와중에도 용산개발사업의 돈줄은 마르고 있다. 다음달 17일이 사업의 부도를 알리는 ‘디데이(d-day)’가 될 것이라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1ㆍ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측은 서로를 힐난하는 ‘언론플레이’만 하고 그 어떤 소통의 노력도 보이고 있지 않다.
좌초위기에 빠진 사업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단군 이래 최대의 소통’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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