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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일본과의 군사 교류

정부가 한미일 군사정보 양해각서(MOU)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핵 개발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역내 안보상황에 대한 3국 간 공조를 위해서다. 우리는 여기에 단호히 반대한다. 명분도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 비밀리에 추진되다 여론의 역풍으로 좌절된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이 3국 간 MOU로 한 단계 낮아졌을 뿐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

물론 한미일 안보공조 체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정부의 처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통해 최소한 한일 군사협력이 성사되려면 1년10개월 전에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해결됐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과연 협정이 논란이 될 당시와 지금의 한일관계에 상황변화가 있었는가. 오히려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신조 내각은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 독도와 종군위안부 문제 등에서 노골적인 우경화로 퇴행해 한일관계를 악화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변화'는 없었다. 미국이 등 떠밀어 겨우 모양새를 갖춘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총리 측근이 나서 한국의 뒤통수를 치는 발언을 내뱉는 일본과 어떻게 군사적으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안보 분야의 실익도 의심스럽다.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은 미국을 매개로 이미 진행되고 있거니와 정부 간 군사교류는 한번 물꼬를 트면 되돌리기 어렵다. MOU가 체결되면 다음에는 협정, 다시 군수지원에서 군사동맹까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렇게 되면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재무장에 나서는 일본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도와주는 꼴이 된다. 북한과 중국 등 잠재적 위협국가를 대비해 재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일본 우익의 전통적 논리다. 군사대국화를 위한 일본에 휘말릴 이유도,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없다. 과거사 문제도 문제지만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군사대국의 출현을 도울 만큼 한국인은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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