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게으른 소비자'다. 백화점ㆍ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가서 입어보고 먹어보고 비교해보는 것을 귀찮아한다.
그 시간에 야구 게임을 보는 것이 더 즐거운 이유도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는 반반이지만 쇼핑을 즐기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소셜커머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임직원들에게 나 같은 '게으른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어야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고 종종 얘기한다. 덧붙여 우리의 경쟁상대는 동종업계의 타 소셜커머스 회사들이 아닌 홈쇼핑 회사들이라고 강조한다.
경쟁력 있는 상품과 고객 주변의 즐길거리 등을 발굴ㆍ엄선해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알찬 구성과 가격으로 준비하고 매력적인 문구와 콘텐츠로 고객들의 시간을 사로잡고 지갑을 열게 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큐레이션 서비스가 핵심인 소셜커머스 등과 같은 곳은 '게으른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쇼핑 채널일 것이다. 더욱이 전국 방방곡곡의 즐길거리ㆍ먹거리ㆍ놀거리ㆍ볼거리 등을 사전 검증하고 엄선해 책임지고 판매해 '좋은 경험'을 공유하는 차별화된 점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고객들이 필요한 상품을 언제든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문할 수 있는 오픈마켓, 온라인 쇼핑몰 등의 수많은 회사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으니 이와 같은 모델로는 '게으른 소비자'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책의 내용인 즉 나이키는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성장률이 떨어지자 그 원인을 분석했고 그 결과 용돈의 반 이상을 스포츠용품 구입에 사용하던 주 고객 청소년층이 게임에 돈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나이키는 경쟁상대를 타 스포츠용품 회사가 아닌 닌텐도로 대표되는 게임업체로 규정했다. 그리고는 애플과 손잡고 아이팟 액정표시장치(LCD)창에 운동량이 기록되는 센서장착 운동화 '나이키 아이팟 센서'를 개발했다.
경쟁상대는 동종업계를 넘어서 이종산업에도 존재한다는 '초강력 경쟁사회(hyper competition society)',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액체사회(liquid society)'로 이 사회가 급격히 진화화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는 시장점유율의 문제를 넘어 고객 시간과 지갑 점유율을 누가 더 전략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되는 시대다.
'그저 싼 가격을 공유'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현 소셜커머스의 한계를 넘어 '좋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가치를 지향해 이에 부합하는 딜(상품)을 선보이는 선진화된 한국의 소셜커머스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