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로펌 업계에 따르면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율촌, 화우 등 대형 로펌들 가운데 현재 규제 개혁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TF 구성 검토에 들어간 로펌은 화우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각 로펌들이 경제민주화에 대비한 기업이나 민간의 법률자문 등을 유치하기 위해 TF 구성과 물밑 홍보전을 치열하게 펼쳤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오히려 각 로펌들은 규제 강화에서 완화 분위기로 바뀐 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내부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그 동안 확대 추세이던 경제민주화 TF 운영에 변화를 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이슈 때 각 로펌들은 공정거래와 조세분야뿐만 아니라 금융, 형사 분야 전문가까지 포함해 팀을 꾸렸고,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출신들을 대거 영입했다. 때문에 각 로펌은 덩치가 커진 팀들을 어떻게 '헤쳐 모여'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로펌들이 방향을 수정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규제 강화에서 규제 완화로 돌아서면서 기업들의 법률 자문이나 소송 수임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 법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기업을 비롯한 민간보다는 정부나 기관 쪽이 될 것으로 로펌들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형 로펌들은 정부나 국회의원이 입법 단계에서 법률가의 자문을 구하면 이를 맡아서 해주는 입법이나 법제 지원, 컨설팅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수요는 민간 수요와는 자문ㆍ소송 수임 건수와 액수 면에서 절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로펌의 일감은 자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정부가 시장의 공정성과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해왔던 노력이 기업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는데 (경제민주화가 규제 개혁 변화로 바뀌면) 그 동안 늘었던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로펌 내에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정부가 규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는데도 최근 기관에서 로펌 입법지원팀에 자문을 해온 수에 큰 변동이 없는 점도 로펌에는 부담이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의뢰 건수에 특별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고, 꼭 법률자문을 받아야만 규제가 손질되는 것은 아니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금 더 정부의 추진 의지나 진행 과정을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감지된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규제라는 것이 이를 가운데 두고 각 이해관계 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힌 경우가 많은데 무조건 혁파의 대상일지는 의문"이라며 "쉽지 않은 일을 이번 정부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조금은 지켜보자는 심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