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국을 이긴 구리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말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실력발휘를 잘해서 좋은 바둑을 보여드리겠습니다."(구리) 그는 제1국을 이기고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실력발휘를 제대로 할 수만 있으면 자기가 이긴다는 식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렇다. 승부사는 너무 많은 생각에 휘둘리면 안된다. 승부사에게 갈등은 쥐약이다. 돌부처 같은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제3국에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한 구리가 제4국에서도 그 후유증으로 흔들릴 줄 알았는데 아주 태연했어요. 대단한 사람입니다. 제4국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이세돌이 문제입니다. 구리처럼 태연히 제5국에 임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는지요."(김만수) 돌가리기를 새로 했다. 이세돌의 흑번이다. 쌍방이 백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단판승부가 되었으므로 그런 것은 전혀 무의미하다. 건곤일척 이 한판에 모든것을 쏟아부을 뿐이다. 흑15로 내려선 이 수가 서반의 이채였다. 두점머리를 얻어맞을 것이 뻔한데 이렇게 둔 것은 평소에 연구가 있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검토실의 고수들은 하나같이 이 수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참고도1의 흑1로 올라서는 것이 정상적인 돌의 흐름이라는 것. 이세돌은 백이 2로 하나 붙여놓고 4로 쳐들어오는 것이 싫었다고 했지만 그래도 역시 그 코스로 가야 했던 모양이다. "아마 이세돌은 끊고 싸울 겁니다."(김만수) 모양을 갖춘다고 참고도2의 흑1로 두는 것은 백2로 날아오는 자세가 너무 좋아서 흑이 불만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