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관련 예산 300억원 조성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치열한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예산 배정을 보류시켰다.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약, 의료기기 등 보건산업 전반에 걸쳐 투자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필요성을 강조하며 300억원을 원안대로 반영해달라고 주장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100억원 삭감을 내세우며 맞섰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제약분야는 블루오션이다. 너도 나도 받아가려 할텐데 통과시켜 달라”며 말했고, 장옥주 복지부 차관도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블루오션이라고 떼돈 번다 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라”면서 “그러면 우리나라 돈은 여기 다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강창일 의원은 “나라 말아먹을 예산”이라며 삭감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양측의 팽팽한 주장이 이어지면서 관련 예산 심의는 보류됐다.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예산조정소위는 이날 현재 절반 가량의 감액 심사가 진행됐지만 심사 과정에서 야당이 박 대통령의 공약 사업 상당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홍문표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장은 줄줄이 보류 판정을 내린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이다. 지난 17일 ‘새마을운동 지원 사업’ 예산 심사는 야당의 반발로 전액 보류됐다. 정부는 경북 구미, 포항 등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체험공원을 짓기 위해 56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국비지원이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새마을운동 관련 단체를 지원하는 예산(21억원)도 역시 보류됐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 예산 394억원도 예산조정소위에서 보류됐다. 야당은 “지난해부터 해당 예산이 잡혀 있었지만 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김현미 의원은 “전형적인 ‘쇼윈도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역시 대선 공약의 하나인 크루즈산업 활성화를 위한 예산(크루즈산업활성화지원사업)도 야당이 심사를 보류했다. 해당 사업의 근거가 되는 크루즈산업육성및지원에관한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은 “한국 여객선이 물에 빠져 300명을 못 구했는데 크루즈 산업을 육성한다고 여객이 늘어나겠느냐”며 “근거법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은 “법과 관계없이 얼마든지 육성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난해보다 증액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관광산업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예산 4억원 반영은 보류됐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