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 역사에서 우리 선조들의 가장 큰 소원은 풍년, 즉 배불리 먹는 것이었다. 녹색혁명으로 소원을 이뤘지만 풍년은 농업인에게 또 다른 시련을 주고 있다. 올해 마늘과 양파값 폭락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농산물은 연도별·계절별 가격변동이 심하고 안전성에 대한 욕구와 정보발달로 가격에 미치는 변수가 너무나 많다. 국내에서 나타나는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은 물론 인접국가에 발생하는 재해나 전염병, 심지어 환율에 따라서도 널뛰기를 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상위 20% 농가와 하위 20% 농가의 소득차가 12배를 넘는다. 상위 20% 농가의 비결은 기술·정보와 마케팅 능력이다. 첫째, 영농기술은 교육과 경험에 달렸다. 많은 농업인이 한평생 농사만 지어서 도가 텄다며 교육을 소홀히 한다. 평생 농사를 했다고 한들 전문가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십번의 경험에 불과하다.
둘째, 농업은 토양학, 식물생리, 종자, 비료와 영양, 농약은 물론 기후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한 복합산업이다. 따라서 많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전문매체를 통해 부단히 정보를 모으고 연구하는 정보통이 돼야 한다.
셋째, 공급과잉 시대에 평범한 농산물은 팔리지 않는다. 품질이나 맛으로 먹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 소비자는 기능성을 따지고 귀로 먹는다. 농산물에 스토리텔링을 입혀야 먹혀든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상주곶감은 생산액이 연간 2,000억원을 넘는 큰 소득원이다. 한 동화작가의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라는 동화집과 '750년 된 하늘 아래 첫 감나무' 이야기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최근 인건비와 각종 영농자재비가 크게 올라 1차 산물인 농산물로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 1차 산업에서 가공과 유통을 융복합한 6차 산업으로 변신해야 살아남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흑마늘의 부가가치는 생마늘의 13배, 마늘식초를 만들면 119배나 증가한다. 1차 산업의 농산물에 이야기를 입히고 아이디어와 물적 자원을 보태 지역문화와 체험, 힐링을 제공하는 6차 산업으로 탈바꿈한다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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