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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바다만 보고 살았는데 … 이제 뭘로 먹고살지 막막해요

원유 유출 여수 신덕마을 가보니

방제작업 수개월 이상 걸릴 판

당국이 정확한 피해산정 나서 보상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해야

4일 전남 여수시 신덕마을 앞 해안에서 마을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수시

"지금껏 바다만 보고 살았는데 앞으로는 뭘로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여수 원유유출사고 닷새째인 4일 오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여수시 신덕마을 방제현장에서 만난 김민철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120여㏊의 마을 공동어장에서 바지락이나 조개를 캐고 미역이나 톳 등을 양식해 파는 게 마을의 주요 수입원"이라며 "기름에 오염된 이런 수산물을 앞으로 누가 사 먹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덕마을 주민 고향자씨는 "지난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 뒤에도 주민들의 생계가 크게 어려워졌었는데 20년 만에 악순환이 또다시 반복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신덕마을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만씨도 "앞바다에 쳐놓은 그물은 기름 범벅이 됐고 그나마 방제선박들이 휘젓고 다니면서 모두 다 손상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도 신덕마을 앞 해안가에는 마을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등이 나와 바위와 모래에 묻어 있는 기름때를 닦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전날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데다 매서운 바람까지 불면서 방제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추위를 견디지 못한 노인들은 도중에 귀가하기도 했다.

바위와 모래에 묻은 기름때를 제거하는 '갯닦기' 작업을 해놓더라도 밤새 밀물이 들어오면 기름때도 함께 실려와 해안가를 뒤덮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역한 기름냄새는 여전히 마을 주변에서 풍기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닷새째 이어진 방제작업으로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는 주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민 신모씨는 "계속된 작업으로 눈이 쓰리고 얼굴이 아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사고 초기 발표된 유출량이 축소된데다 해경 중간발표 역시 현장의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방제당국에 대한 마을주민들의 불신은 컸다. 김종기 신덕어촌계장은 "어제(3일) 해경이 중간발표를 하면서 1∼2주일이면 방제가 끝난다고 했는데 그건 현장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 때는 4개월가량 방제작업이 계속됐었다"고 말했다.

방제작업이 마무리되더라도 앞으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해수부는 6일 여수해양항만청에서 주민 대표와 GS칼텍스 등이 참석하는 피해대책협의회 회의를 개최해 보상방안 논의를 시작한다. 김종기 어촌계장은 "시프린호 사고 때도 어업피해에 대해서는 쥐꼬리만한 보상에 불과했다"며 "이번에는 정부당국이 적극 나서 정확한 피해 산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사고 방제작업 과정에서 2차 오염을 일으키는 유화제를 일부에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수해경에 따르면 1일부터 사흘 동안 해상 방제 지원에 나섰던 해군 모 부대에서 함정 4대와 살포호스, 장병 300여명을 동원해 유화제를 뿌렸다. 기름띠 확산을 막기 위해 뿌리는 유화제는 기름 성분과 물을 쉽게 섞이게 하는 성질이 있어서 기름 덩어리가 바닥으로 가라앉게 하는 등 2차 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지적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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