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일주일 남았다. 지금이 한 해 중 가장 바쁜 때라는 걸 보여주듯 교통체증은 한층 심해졌다. 화려해진 거리의 조명과 장식, 여기저기서 들리는 캐럴, 연말 뉴스 등은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반면 조용한 가운데 지난 1년을 돌아보며 한 해를 마감하는 '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특히 1년 내내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면 연말은 이미 얻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때다.
사람들은 갖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선 늘 야심 차다. 반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혹은 성취한 것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평소에 그것들이 왜 감사한지 곱씹어보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나보다 더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언제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까'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곤 한다. 물론 '더 잘할 수 있다'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성장과 결과 일변도의 인생을 강요받아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늘 뒤보다는 앞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리느라 그 과정 중에 이미 얻거나 소유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가치를 망각하고 사는 건 아닐까. '감사함'이란 잊고 있던 가치를 찾게 해준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내게 이것이 없었다면 어땠을까'라고 되물어보면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감사함이 느껴진다.
지금 글을 쓰고 있지만 올 한 해는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심지어는 뉴스 속 일반 시민의 주말 나들이에 마음이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 걸려 있는 상투적 글귀가 내게 평정심을 돌려줬다. "오늘도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볼 수만 있다면, 말할 수만 있다면, 걸을 수만 있다면… "
갖고 싶은 것과 놓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후회는 몸을 힘들게 한다. 대신 가진 것과 이미 얻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집중하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이런 충만함은 긍정을 낳고 긍정적 사고는 개인에게 행복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직에 발전을 위한 에너지를 가져준다. 한 해를 돌아보며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은 뒤로하고 내가 무심코 일상과 함께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쁘지 않은 건강, 넉넉하지 않은 생계, 덤덤한 지인과의 관계, 만족하지 못하는 지위 등 최고는 아니다. 그러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거나 삶의 연장을 위해 병마와 싸우는 사람, 추운 겨울에 더 어려워지는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 취업을 애타게 갈구하는 이들을 생각해보면 감사해야 할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많은 것을 성취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이미 내게 주어진 것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자만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이루지 못하거나 잃은 게 있어도 낙심하지 말자.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면 희망이라는 씨앗을 얻게 되고 긍정 에너지라는 비료가 더해진다. 그것은 희망찬 2014년을 열어줄 마법의 열쇠를 손에 쥔 것과 같다.
/김주성 KT미디어허브 대표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