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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70년대 피서로의 회귀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밤잠을 설치게 되는 요즘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투혼이 열대야도 잊게 만들고 있다.

힘찬 응원으로 무더위를 잠시 잊고 있자니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전국적으로 피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1970년대가 문득 떠올랐다. 냉방이 잘되는 은행 건물을 오가며 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동네 친구들과 함께 다리 밑 그늘에서 늦은 밤까지 더위를 피해 수박을 쪼개먹던 그 시절. 헌데 4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때 그 풍경이 새삼 보이기 시작해 아련한 추억까지 되살려주고 있다.

유통업체에 여름은 전형적인 비수기에 속한다. 1980년대 이후 경제 발전과 함께 무더위를 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해지며 해외로, 도심 밖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여름은 내수 침체의 장기화 속에서 불황에 물가마저 불안정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 소비심리도 한껏 위축됐다. 어찌 보면 악재가 겹친 시기이지만 '1970년대식 피서법'이 유통업체에 한줄기 시원한 물줄기가 되고 있다. 멀리 떠나려던 고객이 도심에 머무르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이파크몰 안에 마련된 워터파크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1,0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북적인다. 튜브에 바람을 넣는 아빠, 간식을 사 들고 온 엄마, 돗자리를 펴고 그늘에서 손주의 물장구를 바라보는 할머니까지 온 가족의 피서지가 도심으로 옮겨온 모습이다. '몰에서 즐기는 바캉스'라는 뜻의 신조어인 '몰캉스'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집 근처 한강 시민공원이나 캠핑장에서 그늘막, 소형 텐트 등을 치고 밤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캠핑용품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습한 열기가 차오른 늦은 밤에도 올림픽 방송을 시청하며 응원전을 벌이는 사람들 덕분에 야식 업체와 편의점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의무휴일 시행과 맞물려 지난달 두 자릿수의 매출 감소를 우려했지만 무더위가 에어컨과 맥주 등의 매출을 치솟게 해 월말 방문객은 전년보다 되레 늘었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기회 삼아 '폭염 마케팅'을 속속 선보였고 열대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도록 클럽 파티를 열거나 멀리 떠나지 않고도 온종일 휴가 기분을 즐길 수 있도록 아쿠아리움과 동물원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올 여름 시즌에는 도심 속에서 유통업체가 마련해둔 파티와 이벤트를 즐기며 새로운 피서를 한번 경험해보면 어떨까. 옛날 집 앞에서 즐기던 피서의 추억까지 떠올리며 이렇게 가까운 곳에도 '피서산장(避暑山庄ㆍ청나라 황실의 여름 별궁)' 같은 피서지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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