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약 2,10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네덜란드·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직장인들은 연간 1,300~1,600시간 정도의 일을 하고 미국과 일본은 실근로시간이 1,700시간대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은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의 국격에 맞지 않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것이다.
근로시간단축의 쟁점 중 하나는 근로기준법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법원 판결이 다른 점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한도가 12시간으로 1주일에 총 52시간이 최대한도인 것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고용부의 행정해석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간주하지 않는다. 휴일근로 16시간을 포함하면 주당 최대 68시간이 최대한도라는 게 고용부의 해석이고 현장에서는 고용부의 해석을 따라왔다.
하지만 법원은 고용부의 해석과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하급심은 연장근로에 휴일근로가 포함되는 것으로 봤고 휴일근무까지 포함한 52시간이 최대한도라고 판정했다. 1·2심의 판결에 따르면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그동안의 휴일근무는 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또 휴일근로를 할 경우 휴일근무수당 50%에 연장근로수당 50%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성남시 환경미화원 휴일근로수당소송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노사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만약 1·2심과 같이 대법원 판결도 연장근로에 휴일근로가 포함되는 것으로 나온다면 기업의 추가부담은 과거 3년치 7조5,000억원, 매년 1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경영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대법원의 판결이 임박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왔다. 여야 모두 '연장근로에 휴일근로 포함, 최대근로시간 52시간'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단계적 실시 여부 등 세부사항 의견 불일치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현실화 등을 논의했던 국회 노사정소위가 지난 4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료함에 따라 이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사용자들은 법정 최대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추가고용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재정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통상임금 확대, 정년 연장 등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까지 이뤄진다면 인건비가 싼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은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임금이 보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현재의 봉급으로도 생계유지가 빠듯한데 임금까지 줄어든다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이대로 대법원의 판결이 나서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면 노와 사 모두 루즈-루즈(lose-lose)하는 결과가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노사정은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노와 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 12월 철도파업 이래 중단된 노사정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당사자들은 동원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를 촉구한다.
/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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