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경우 만일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평가가 높을 경우 이른바 친박 진영의 정치적 입지가 급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선거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게 되면 친박 진영의 당내 주도권 확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반사 이익 등으로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가 제기되면 안정적인 리더십 유지와 함께 7·30재보궐선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 진영의 정치적 영토확장 어떻게 되나=친박 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여론이 높을 경우 당내 입지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등을 돌린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박근혜 마케팅'까지 벌이는 등 박근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이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친박 진영이 당내에서 정치적 기반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을 움직이는 친박 진영이 세월호 참사 이후 급격하게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지도 못하면서 지방선거마저 패배했다는 평가에 직면하게 되면 당분간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또 친박 진영이 스스로 세월호 정국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내에서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친박 인사들의 당내 2선 후퇴론 주장이 제기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 기류 변화도 변수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까지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 친박 진영이 득세했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당내 기류 변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초선·재선 의원들이 친박 진영에 반발하는 기류가 뚜렷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차기 당권 구도 역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선거 패배 평가 이후 오는 7월14일에 치러질 예정인 전당대회에서 당원과 의원들이 '친박' 보다는 '비박' 진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친박 진영의 서청원 의원과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둔 김무성 의원 간의 2파전에서 김무성 의원 쪽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 속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게 되면 친박 진영의 정치적 영토확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7·30재보궐선거에서 친박 인사들이 공천에 개입하면서 당내 입지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크다. 또 서 의원의 당권 도전에도 파란불이 켜지면서 차기 대선에서도 친박 진영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새정치연합, 세월호 반사이익 효과 평가가 변수=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당 안팎의 평가가 제기될 경우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공동대표는 전략 공천 논란을 빚은 윤장현 후보가 당선된 만큼 정치적 비판과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공동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시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도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부산과 대구 등에서 새정치연합이 희망의 빛을 본 것"이라며 "더욱이 이번 선거 결과가 당내 화학적 결합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 새정치연합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이루지 못한 당내 화합을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당 안팎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세월호 참사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경우 김ㆍ안 공동대표의 리더십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당 선호도 조사에서 여전히 새누리당에 뒤지는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공고히 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손학규·정동영·김두관 등의 당내 거물들이 7·30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할 경우 급격한 계파 간 갈등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친노와 신주류 등으로 나뉜 당내 계파가 친노·손학규계·정동영계 등으로 또다시 나뉘면서 과거보다 더 극심한 계파 간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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