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조합원과의 갈등, 층수 규제로 답보 상태였던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일대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에 힘입어 속절없이 떨어지던 매매가도 반등하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9일 동부이촌동 일대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이 일대 저층 아파트인 한강맨션과 왕궁아파트가 최근 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한강맨션은 이달 말까지 1차로 조합 설립 동의서를 걷는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말에는 조합원에게 현재 660가구를 1,347가구로 재건축하는 방안이 담긴 재건축 관련 자료를 발송했다.
2003년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며 시작된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은 그동안 단지 앞 상가와 의견 조율을 못해 사업에 진척이 없었다. 지난해 초에는 추진위원장이 사임하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다 올해 1월 추진위원장이 새로 선출되면서 다시 사업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추진위는 상가 공사 기간을 줄이고 분양 우선권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상가 조합원의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왕궁아파트는 5월23일 총회에서 조합장 재선출 선거를 실시했다. 선거에서 임원단 선출은 마쳤으나 조합장은 두 명의 후보자 중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선출하지 못했다. 조합 관계자는 "다시 총회를 준비해 2~3달 내로 다시 선출 총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 47층 재건축을 추진하던 왕궁아파트는 지난해 4월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방안'에서 층고가 최고 35층, 한강변 15층으로 제한되면서 한동안 동력을 잃은 상태였다. 인근 렉스아파트는 56층으로 재건축되고 있어 주민의 상실감이 컸다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그러다 최근 다시 270여가구(현재 250가구) 규모의 설계변경안을 마련하고 조합 임원단을 재구성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맨션과 왕궁아파트는 입지가 뛰어난 편이다. 두 아파트 모두 한강에 인접해 있어 뛰어난 조망권을 갖췄다. 특히 한강맨션은 단지 규모도 작지 않은데다 동부이촌동 중심에 있어 노른자위로 불린다.
속절없이 하락하던 두 아파트의 매매가격 역시 사업 재추진 움직임을 계기로 지난해 말 이후 5,000만~1억원 정도 상승했다. 이는 임대소득 과세를 골자로 한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나온 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지난해 11억원대에 머물렀던 한강맨션 101㎡(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월 최고 1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13억원을 웃돈다. 1월 10억2,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난 87㎡도 현재 시세는 11억원대에 이른다.
왕궁아파트 매매가도 강세다. 102㎡의 경우 올 들어 7억3,000만~7억5,000만원대의 저가 매물이 속속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시세는 7억8,000만~8억원선. 다만 일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가 인근 일반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가 비싼 것과 달리 왕궁아파트는 인근 한가람이나 신동아아파트보다 약간 낮은 가격이다. 2008년 조합이 설립됐음에도 지금까지 건축심의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지역 B공인 관계자는 "2·26대책 이후 시장이 다소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동부이촌동은 실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