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채권왕' 빌 그로스는 19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앞으로 3~5년간 주식은 연평균 5%, 채권은 3% 남짓한 수익만 올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기간 저금리와 저성장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자산가격 변동성이 매우 낮게 유지되는 '뉴 뉴트럴(new neutral)'이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로스는 무려 2조달러에 가까운 자산을 굴리는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를 이끌고 있다. 핌코는 지난달 저성장의 일반화를 의미하는 기존의 '뉴 노멀' 대신 저성장·저금리가 계속되며 경기가 실질적으로 성장도 후퇴도 하지 않는 '뉴 뉴트럴'을 세계 경제의 새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로스의 이 같은 전망은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뜨뜻미지근하면서 주요 중앙은행이 쉽사리 금리인상과 같은 출구전략을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한다. 미국 스퀘어1은행의 데이비드 슈월 머니매니저도 "투자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저금리 기조 변경에 신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면서 "이는 자산가격 변동성이 앞으로도 낮게 유지된다는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기준 시장 변동성 지수로 활용되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가 10.61로 2007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도 과거 주식시장이 연평균 8~12%의 수익을 냈다는 이유로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앞으로는 저수익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분석을 인용해 증시가 한창 호황을 구가하던 1920년대 중반에는 1달러를 벌기 위해 투자금 13달러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두 배인 26달러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수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마켓워치는 또 1980~1990년대에는 배당률이 5% 정도로 그만큼 투자수익도 높았지만 현재는 2%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틀렸다는 견해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뉴 노멀이든 뉴 뉴트럴이든 연준이 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를 예측하는 핌코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연준의 기준금리는 오는 2018년 말까지 4%대로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곧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루퍼인베스트먼트그룹의 스티브 러셀 창업자 역시 "뉴 뉴트럴은 유행어를 만들기 좋아하는 분석가들의 말장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연준의 초완화 기조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여전하고 이는 곧 자산가격이 조만간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