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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난 건축설계업계 해외서 활로 찾는다

희림·무영 등 중동·동유럽에 지사 설립 잇달아<br>"M&A통한 우수인재 확보·경쟁력 높여야" 제기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축설계업체들이 중동지역에 지사를 추가로 내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희림이 설계한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공사(SOCAR) 사옥. /사진제공=희림



국내 건설 시장 침체로 수주난을 겪고 있는 건축설계업체들이 지사 확대 등을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수 인재 확보와 디자인 경쟁력 향상 등 수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희림과 동명기술공단, 무영건축, DA그룹 등 국내 주요 건축설계업체들이 올 들어 해외지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림은 상반기 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지사를 설립한다. 이미 미국 뉴욕을 비롯해 베트남 하노이ㆍ호치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ㆍ두바이 등 8곳에 지사(법인)를 두고 있는 희림은 사우디 지사를 통해 중동지역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희림은 지난해 제다지역의 주상복합아파트와 대규모 주택공사 설계를 수주하면서 처음으로 사우디에 진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해외 수주를 50%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공항과 스포츠시설, 병원, 호텔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영건축은 내달 UAE 아부다비에 지사를 설립한다. 그동안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온 무영은 지난해 66억원 규모의 콩고민주공화국 국회의사당 설계를 수주, 아프리카로 기반을 확대한데 이어 아부다비 지사 설립을 계기로 중동지역에서의 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UAE를 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는 한편 베트남, 몽골 등 기존 아시아 시장에서도 수주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명기술공단은 지난해 그루지아의 도로공사를 감리를 맡은 것을 계기로 동유럽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미 알제리와 리비아ㆍUAE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동명은 재정이 풍부한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동유럽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 지사를 설립한 DA그룹은 올해 자립기반을 다지는 한편 2010년부터 추진해온 중동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DA그룹은 지난해 베이징 지사를 설립하자마자 중국 얀다그룹이 발주한 160억원 규모의 '서울원ㆍ국제의과대학' 설계 용역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건축설계업체들이 2000년대 들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수주금액도 크게 늘었다. 2000년 83만5,000달러에 불과하던 설계 수주액은 2010년 10억1,583만4,000달러로 무려 1,224%나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주액이 2억1,695만달러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글로벌 경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업체들이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고, 설계 경쟁력 면에서도 아직 열세여서 초고층 빌딩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건축설계 업체간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 해외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R&D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유럽 재정위기를 활용해서 매물로 나온 글로벌 설계ㆍ엔지니어링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한 방법"이라면서 "영세한 국내 건축설계업체들이 국내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면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다자간 개발은행(MDB)이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해서 이행실적(track record)을 축적하는 것도 해외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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