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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포문을 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쟁이 오는 4ㆍ11 총선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한 박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민주통합당이 14일 "몰역사적 궤변"이라고 맞받아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한미 FTA 문제가 총선에서의 표심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불리한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한 소재로, 야권은 젊은 층의 표심 끌어안기 및 정책 연대 이슈로 한미 FTA 문제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이 총선 정국 내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아가 FTA 폐기 서한을 전달한 민주통합당에 대해 "국격을 떨어뜨렸다"며 강하게 성토한 것도 FTA에 관한 논쟁을 확대시키고 있다.
14일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에 대한 박 비대위원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박 위원장의 발언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FTA와 2010년의 FT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대권주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무지의 소치요, 몰역사적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 역시 "나라를 맡길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이 대통령의 동업자인 박 위원장은 그런 말을 할 권리도,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역시 박 위원장의 전날 발언에 이어 이날도 한미 FTA에 관한 민주당의 '원죄론'을 끄집어내며 공세를 이어갔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한미 FTA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 업적이라고 남겼고 지난 정부 때 요직에 계신 분들이 민주당 지도부"라며 "민주당이 FTA와 관련돼 취하는 태도를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한미 FTA"라며 "세계가 개방된 상황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국가의 조약을 발효되기 전에 폐기한다고 하는 것은 국익과 매우 관련된 일이기에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아끼는 박 위원장이 한미 FTA를 대야전선의 도구로 직접 끌어들이고 새누리당이 이에 보조를 맞추는 데는 4ㆍ11 총선 정국에서의 판세가 좀처럼 뒤바뀌지 않은 데 따른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 FTA를 체결한 당사자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한다'는 논리로 민주당의 자가당착을 부각시키는 한편 상대적으로 한미 FTA 찬성론자가 많은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해 현재의 판세를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현재의 불리한 판세를 바꾸려면 확실한 대야공세로 쓸 재료가 필요한데 한미 FTA는 그에 가장 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한미 FTA 이슈가 최근 재벌개혁 등을 표방한 쇄신효과를 희석시키고 당의 또 다른 지지기반인 농촌표를 잠식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천 심사에서 정체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를 감안해 현재의 한미 FTA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4ㆍ11 총선에서 한미 FTA가 뜨거운 감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당장 발효를 앞두고 있는 한미 FTA를 '폐기'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고 국민 거부감도 높다는 점에서 '재협상 촉구'에 방점을 둘 방침이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목표는 한미 FTA 폐기가 아니라 재협상을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좋은 FTA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미국도 우리와의 동맹을 중시하고 우리 국민의 우려를 알기에 재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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