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서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조치들을 먼저 해야 한다"며 "이런 조치들 없이 무턱대고 아베 총리와 만날 수 없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달부터 국장급 이상 채널을 연쇄 가동하면서 관계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 또한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처음 열린 한일 외교당국 간 고위급 협의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당분간 이 같은 대일 강경 기조를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산정책연구소가 이날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5.8%가 일본을 위협적인 국가로 꼽을 정도로 정부 대일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높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기 직전의 조사에서 58.4%가 일본을 위협적인 국가로 분류한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반일 감정이 보다 강해지는 추세다.
다만 정부는 다음달 방한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수위 조절을 병행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부 장관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히며 한일관계 경색의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는 것도 부담인 상황이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과의 회동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최윤희 합참의장은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이 필요하다"며 "한일관계 등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며 발전적으로 협력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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