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일부 지역에 적용되고 있는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시행 1년이 넘도록 투자유치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투자이민제도 시행으로 기대심리가 높아져 지역 부동산 가격이 잔뜩 올라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 수익성이 없어 투자를 막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부산시와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5월 부산시가 시행 중인 해운대 지역의 '동부산 관광단지'와 '해운대 관광리조트' 사업에 한해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을 허용했다. 해당 지역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5년 이상이 지난 외국인들에게는 영주권을 줘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동부산 관광단지는 110만평 규모의 부지에 테마파크와 놀이시설, 대형 호텔 등의 사업이 추진중이며 해운대관광리조트는 101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에 레지던스 호텔과 일반 특급 호텔, 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제도적용 1년 동안 동부산 관광단지에 투자를 확정한 외국인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동부산관광단지의 경우 한옥마을을 포함한 전통호텔과 트레디셔널 테마텔, 레지던스호텔 등이 투자이민제 적용 대상이지만 외국인이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투자이민제도 시행전에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올라 지금 투자해 봐야 사업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외국인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바다 건너 제주도와 비교해도 투자성이 낮다 보니 영주권을 주는 단순 부동산투자이민제로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확대하는 데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소문만 무성할 뿐 투자이민제 적용 이후 실제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없는데 기대심리만 잔뜩 높아지고 있다" 며 "이 때문에 해운대 지역의 부동산 가격만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01층 규모의 해운대 관광리조트 사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지역도 투자이민제도가 적용되고 있지만, 레지던스호텔에 대한 외국인 투자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중국의 최대 건설회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 (CSCEC)는 지난해 10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의 초고층 복합시설인 해운 관광리조트 '엘시티' 시공계약을 맺고 현재 터파기 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민투자 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도에 비해 투자여건도 안좋고, 가격도 높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안좋은 데도 해운대 지역에는 부동산투자이민제와 맞물려 중국인들의 대규모 투자설이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지역 부동산 가격만 높여놔 버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투자이민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자 부산시는 전체 34개 사업구역 가운데 투자자가 확정되지 않은 15개 시설구역의 용도 변경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투자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부지는 관광단지 전체 면적 가운데 약 30%로 금액으로는 4,084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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