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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17일] 귀 막은 정부, 돌 던지는 국민

유럽연합(EU) 내 4위 경제대국 이탈리아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예상을 깨고 재신임에 성공하자 성난 로마 시민들이 국회 주변으로 몰려와 유리병과 각목ㆍ보도블럭을 집어던지고 경찰차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강제 진압을 시도했다. 이날 시위에 나선 시민은 시위대 추산 10만명. 시위로 인한 피해 액수는 2,000만유로(300억원)에 달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좌우익 충돌로 총탄이 난무했던 1977년 이후 가장 심각한 시위라며 우려했다.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비단 로마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그리스에서는 올 들어 여덟 번째 노동계 총파업으로 전국이 마비된 가운데 아테네 재무부 건물로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지난주에는 영국 런던이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과격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또 10월에는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유럽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촌철살인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치인을 풍자하는 분장을 한 채 거리를 행진하던 평화로운 과거 시위와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외신을 통해 소개되는 유럽의 시위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과연 정치ㆍ문화ㆍ경제 선진국이라고 굉장히 자부하는 유럽이 맞나 싶을 뿐이다. 그들이 선진 문화의 하나로 자부하는'관용'의 시선으로 이해하기에는 시위 폭력의 수준이 지나치다. 유럽 언론들은 이 같은 반정부 시위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빈 곳간을 걱정하는 유럽 각국 정부는 당장의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하며 귀를 막아버렸고 삶의 질이 저하된 국민들은 정부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정부가 숫자를 조작하고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난까지 하고 있다. 유럽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현재의 유럽 재정 위기가 정치 위기로 변질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EU라는 공동체로 묶인 탓에 유럽에서는 정치 위기 역시 재정 위기처럼 쉽게 번질 수 있다. 공멸의 길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쯤에서 정부와 국민이 마주 앉아야 한다.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 좀 더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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