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은 22일 자신의 취약지인 호남으로 내려가 당권 도전 의사를 사실상 밝혔다. 그는 이날 전남도의회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내가 불출마한 뒤 당 진로 등)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 같다"며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으로 거의 마음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그간 문 의원은 빅3 사퇴 요구에 대해 "박지원 의원이 사퇴하면 나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박 의원이 "출마를 접을 마음이 없다"고 공공연히 드러낸 상황에서 '나 홀로 사퇴'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의원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이 당 혁신을 위한 최적의 인물이라며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세균 의원도 지난주 말 호남 일정을 마무리하며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 지역위원회 대의원회의를 찾는 등 출마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불출마 요구에도 거침없는 빅3의 당권 행보에 대해 "대안 세력이 없는 불출마 요구가 당내 반향을 불러오지 못해 빅 3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들의 불출마 요구 명분이 '친노-비노'의 당권 경쟁을 막아보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20대 총선을 앞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불출마 성명서를 발표한 30명 의원들의 명단을 보면 이들의 결집에는 자신들의 계파적 이해관계가 주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계파별로 분석해보면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에 속한 김한길계가 가장 많고 당권 도전을 밝힌 이인영 의원과 친분이 있는 486계와 민평련계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또 광주를 지역구로 하는 장병완·김동철·박주선 의원 등도 이름을 올리며 호남의 맹주인 박지원 의원의 교체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당내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당력 집중이 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며 "좀 더 발전적인 후보를 제시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의한 불출마 요구는 당의 분열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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