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 재택 변호사


로스쿨 1기 졸업생이 배출된 지 불과 3년이 지났지만 변호사 업계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 지역 변호사의 한 달 평균 수임건수는 2건 미만으로 급감했다. 변호사 1인당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연 1억원 미만으로 평가된다.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 등 필수적인 비용을 공제하면 순수입은 더욱 줄어든다.

최근 국세청은 변호사 평균소득이 4억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변호사 한 사람이 아니라 1개 사업장당 연 수입이 4억원이라는 의미다. 변호사가 한 명 있는 사무실이나 변호사 수십 명이 있는 법무법인이나 모두 동일하게 1개 사업자로 여겨 평균소득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왜곡된 내용으로 봐야 한다. 사무실 기본 운영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변호사도 수두룩하게 많은 상황에서 변호사를 더 이상 고소득 전문직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대하는 간단한 일에도 변호사를 찾는 영미의 법률문화와 소송을 일생일대의 사건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의 법률문화는 큰 차이가 있다. 변호사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법률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또한 로펌은 본래 법률회사라는 개념으로 공동계산과 협업이 전제돼야 하지만 우리나라 로펌은 대부분 일정 규모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여러 명의 변호사들이 모여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업무는 각자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명의 변호사들이 협업해야 하는 큰 규모의 사건은 몇몇 대형 로펌들이 독차지하는 양극화 현상이 생기고 기업들이 대형 로펌만 찾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로스쿨 도입 전후 심화된 양극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집단은 젊은 변호사들이다. 기존 변호사들은 로스쿨 제도 도입 후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서 살기 어려워졌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원망하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야말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시행된 법조인 양성제도의 피해자들이다. 로스쿨 교육을 받기 위해 비싼 등록금을 냈지만 투자한 만큼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 젊은 변호사들을 지원하는 제도 등을 마련하는 변호사 단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젊은 변호사들 스스로도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업무방식과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최근 신문에서 '재택변호사'에 관한 기사를 봤다. 처음에는 정보기술(IT) 업계처럼 변호사 업계도 근무형태가 다양해져가는 줄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니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집에 사무기기를 설치하고 홈페이지 등을 개설한 후 의뢰인과의 상담은 커피숍에서 하거나 의뢰인 사무실을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변호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재택변호사 등장이 젊은 변호사들의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지만 '비용을 최소화하고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면서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발상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대형 로펌의 높은 변호사 보수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하면 의외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려면 파도를 피할 수 없다. 무한경쟁을 피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발상을 바꿔 흐름을 탈 줄 아는 유연한 사고와 모험정신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