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지수(HMI)가 지난 5월 3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앙지인 캘리포니아의 고급주택시장이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미국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LA 고급주택가인 벨에어에 위치한 프랑스식 대형 주택이 최근 5,000만달러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됐다. LAT는 "아직 정확한 매매가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봄 콜로라도주에서 세워진 최고 거래가격(4,600만5,000달러)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 주택은 침실 10개, 욕실 14개에 엘리베이터까지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초 8,500만달러에 매물로 나왔었다. 매수자는 개인이 아닌 유한회사로 알려졌다. LAT는 리서치업체 코어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1ㆍ4분기 2,000만~5,000만달러 가격대의 주택 거래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고급주택시장이 올 들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일부 고급주택이 무려 9,500만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지난해에는 연중 최고 거래가격이 3,500만달러에 불과했다. 크리스토퍼 손버그 비컨이코노믹스 회장은 "증시 회복과 점보론(41만7,000달러 이상의 모기지대출) 재개 등에 힘입어 고급주택시장이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등 해외자본이 북미 지역 고급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올 들어 뉴욕 맨해튼 지역에서 경매를 통해 최고가에 팔린 주택의 낙찰자는 중국 기업인이었다. 각종 주택 관련 지표도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5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주택시장지수(HMI)는 22포인트로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데이비드 크로 NAHB 수석 연구원은 "무엇보다 고무적인 현상은 4월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금감면제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6개월간 판매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안정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모기지연체율도 하락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4월 현재 미 연방주택청(FHA)이 보증하는 모기지 중 90일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비율은 8.5%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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