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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국내 방산업체 '부글부글'

외산 장비 납품비리를 '방산비리'라니…

"부정한 집단 일방적 매도 곤란"

검증·내실보다 정권 치적 홍보

정부 태도가 문제 근원 지적도


방위산업체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납품 비리와 국산 무기의 허점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통에 대외 이미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방산업체인 L사 관계자는 "군수물자 도입과 관련된 해묵은 부정부패가 마치 방산업체들의 책임인 것처럼 잘못 알려져 대내외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고 말했다. 비리의 대부분은 외국의 무기업체와 일부 예비역 고위장교가 결탁해 벌어지는 데도 비난은 국내 방산업체들이 뒤집어쓰고 있다는 항변이다.

잇따른 결함과 성능 미비로 진수한 지 2년 3개월이 넘도록 해군에 인도되지 못한 채 부두에 묶여 있는 차세대 구조함 통영함이 '비리 종합세트'로 불리는 데에도 외산 장비 도입과 군 출신 브로커가 개입돼 있다. S사 관계자는 "기술 수준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낮기에 국산 무기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방산업체 전체가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방산 비리'라는 용어 대신 '군수 비리' 또는 '방위사업 비리'로 통칭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낮은 가동률과 채산성에 허덕이던 방산업체들의 부실 위험성도 커졌다. 방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방산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은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납품가도 높아야 원가의 80% 이하"라며 "극히 일부의 비리, 그것도 외국 업체의 비리로 국내 방위산업이 타격을 받는 웃지 못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생산이 보류되거나 중단돼 그나마 낮은 가동률도 유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수출실적이 있는 대형 업체들의 고충은 더 크다.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방산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외형상으로는 수출을 크게 늘리는 성과를 거뒀지만 헐값 수출과 과도한 보증 및 불리한 계약조건으로 해가 갈수록 잠재 손실이 커질 위험을 안고 있다. '국산 명품무기'의 해외 수출로 크게 각광 받았던 한 방산업체는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불평등 계약으로 해외 판매선에 보상금을 물고 가격을 추가로 깎아주는 대가를 치렀다.

방산업체는 문제의 근원이 "방위산업을 안보와 산업진흥 차원에서 내실을 기하기보다 통치자의 치적 홍보로 삼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국산 명품'으로 추어올리는 와중에서 검증과 내실은 뒷전으로 돌려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D사 관계자는 신개발품의 성능에 대한 질문에 "잘될 때는 대통령의 치적이고 문제가 발생하면 국정감사 대상에 올라 업계가 책임을 뒤집어쓰는 구조 아래에서 누가 연구개발에 나서고 어떤 성과물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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