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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귀환'… 빅토르 안 러시아에 동메달 안겨

남자 쇼트트랙 또 불운 노메달

13일 1,000·5,000m 계주 도전

한국 쇼트트랙이 메달이 기대됐던 소치올림픽 남자 1,500m 경기에서 빈손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이제 첫날을 마쳤을 뿐이다.

한국 남자 1,500m에 출전한 이한빈(26·성남시청)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끝난 결선에서 7명 중 6위에 머물렀고 신다운(21·서울시청)과 박세영(21·단국대)은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특히 신다운은 준결선에서 나온 불운에 발목이 잡혀 아쉬움이 컸다.

'사건'은 준결선 2조 경기에서 벌어졌다. 함께 2조에 편성된 신다운과 이한빈은 세 바퀴를 남겨둔 시점까지 나란히 1·2위를 달렸다. 그대로 유지만 했다면 2위까지 주는 결선 진출권을 나란히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너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날벼락이 떨어졌다. 앞서 달리던 신다운의 스케이트가 갑자기 덜컹거리더니 균형을 잃은 것이다. 넘어지던 신다운의 팔에 걸리는 바람에 뒤를 쫓던 이한빈까지 넘어졌고 둘은 함께 얼음판에 나뒹굴었다. 한국 선수단과 응원단 사이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앞서 1조에서 뛴 박세영이 탈락한 상황에서 남은 2명까지 모두 탈락할 수도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한빈은 억울하게 넘어졌다는 점이 인정돼 극적으로 결선에 올랐지만 메달은 끝내 얻지 못했다. 이한빈은 동료 없이 홀로 결선에 나서면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 샤를 아믈랭(캐나다) 등 강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했다. '추가 합격자'이기 때문에 초반 자리싸움에서도 불리한 위치인 맨 바깥쪽에 서야 했다. 씁쓸한 뒷맛을 남겼지만 신다운과 이한빈에게는 13일 열릴 1,000m 예선이 남아 있다. 같은 날 신다운, 이한빈과 박세영, 이호석 등이 출전하는 계주 5,000m 예선도 벌어진다.



한편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 걸린 12개의 금메달 중 첫 번째는 아믈랭에게 돌아갔다. 그는 2분14초985의 기록으로 2위 한톈위(중국·2분15초055)의 추격을 뿌리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러시아로 귀화한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 안현수는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2분15초062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현수는 토리노 대회 당시에도 한국 빙상계를 뒤흔든 '파벌 훈련'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2009년에는 무릎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겪었고 이후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하는 과정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불화가 깊어졌다. 급기야 2011년 소속팀인 성남시청이 해체되자 안현수는 러시아와 미국을 놓고 고심하다 그해 러시아 국적을 취득, '빅토르 안'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날 동메달을 딴 1,500m는 사실 안현수의 취약 종목이다. 주종목인 500m는 물론 1,000m도 남아 있어 추가 메달 획득도 충분해 보인다. 한때 한국 선수였던 안현수와 그의 후배인 한국 선수들의 얄궂은 경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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