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 김 실장이 먼저 와 자리에 앉아 있었다.
A 수석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오늘 양복 스타일이 너무 좋습니다."
이어 B 수석이 찾아와 인사를 했다. "멋지게 이발을 하셨네요."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A 수석과 B 수석이 김 실장에게 덕담을 건네는 동안 다른 수석들은 김 실장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살피며 귀를 쫑긋 세웠다.
김 실장은 묵직한 목소리로 "비서실장도 칭찬은 좋아합니다"라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순간 수석들은 웃음을 토해냈고 이후 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2. 또 다른 수석비서관회의. 수석들이 먼저 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김 실장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C 수석은 책상 위에 서류가방을 올려놓고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른 수석들이 C 수석 주변에 모여 '멋진' 서류가방을 손으로 만지면서 "가방 좋네요"를 연발하며 탐을 냈다. C 수석의 가방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회의실에 들어온 김 실장이 이 같은 광경을 옆에서 지긋이 지켜보면서 C 수석에게 한마디 했다.
"수석님, 선비는 다른 사람이 내 물건을 3번 좋다고 끈질기게 얘기하면 그냥 줘야 합니다."
무안해진 C 수석은 고개를 숙였고 다른 수석들은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했다고 한다.
D 수석은 "TV에 비치는 김 실장은 엄격하고 딱딱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옆에서 보좌하며 지켜본 김 실장은 유머와 위트로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귀띔했다.
다정다감한 김 실장이지만 직원들이 공익(公益)을 생각하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할 때는 불호령을 내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실장이 전화로 부하직원을 꾸짖는 것을 옆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내 자신이 정신이 아뜩해질 정도로 매서웠다"며 "김 실장은 오른손에는 죽비를, 왼손에는 유머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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