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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약산업의 가치와 미래
입력2007-06-28 17:25:36
수정
2007.06.28 17:25:36
유난히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불청객인 식중독이 그 위세를 단단히 떨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필자가 아는 지인은 지난해 여름에 꽤 심한 식중독으로 난생 처음 병원에 입원했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약의 고마움을 알았다고 한다.
8월 초 휴가와 맞물린 무더운 여름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는 전날 음식을 잘못 먹은데다 무리해서인지 아침부터 설사와 구토ㆍ탈수와 39도를 오르내리는 고열로 고생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저녁 무렵 집에서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식중독에 합병증까지 있으니 입원하라고 했고 그는 항균제 주사와 링거에 의지해 그날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3박4일간 링거를 맞고 아침과 저녁으로 항균주사를 맞으니 고통도 줄어들고 완치된 후 정말 약이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그는 만약 항균제 주사와 링거가 없었다면 아마도 위험한 지경에 다다를 수도 있었고, 자칫 잘못했다가는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는 극한 상태였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그는 약의 고마움이랄까, 약의 가치를 체험하게 되었다.
제약사들이 개발한 약들은 최근 100년간 천연두ㆍ폐결핵ㆍ매독ㆍ디프테리아ㆍ소아마비 등을 퇴치하고 각종 세균성 질환 및 독감ㆍ홍역ㆍ간염 등의 발병률과 이에 따른 사망률을 감소시켜 1900년 47세이던 인류의 평균수명을 지난 2000년 80세로 두배 가까이 연장하는 데 공헌했다. 제약산업은 태어나서의 백신 접종부터 임종시의 링거까지,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건강과 생명에 기여하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업종이다.
제약산업은 인류에 공헌해야 하는 사명과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속성도 갖고 있어 양면성을 지닌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중요한 요소이면서 선진국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한 점에서도 사회주의적 성향과 자유시장주의적 성향의 양면성이 나타난다.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 분야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제약산업의 산업적 측면은 무시하고 의료서비스 측면에 무게를 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포지티브제도(건강보험재정 안정을 목표로 하는 보험의약품 선별등재)를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 측에 과도하게 특허권을 연장해주는 쪽으로 타결된 점이 이를 말해준다. 수년 전 참여정부가 선포한 10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신약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목표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세계 최대 강국 미국은 80년대 중반부터 제약산업 육성정책을 펼쳐 현재 세계의약품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선진국 독일은 제약산업발전과 공적의료보험을 유연하게 조화시키고 있으며 포지티브제도를 도입하려다 포기한 나라다.
경제대국인 일본은 70년대 신약개발을 목표로 제약산업을 집중 지원했고 현재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의 매출이 더 많은 신약선진국이다.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스위스는 글리벡을 개발한 노바티스, 타미플루를 개발한 로슈 등 거대 다국적 제약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이 신약개발 강국이며 제약산업을 전략적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제약산업은 제네릭의약품, 제형변경의약품, 개량신약, 천연물신약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수준으로 아직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신약을 개발한 저력을 갖고 있어 정부의 지원 아래 산학연정(産學硏政)이 힘을 모아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선다면 머지않아 신약선진국으로서 영광을 누리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 정부는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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