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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2월29일] 운디드니 학살

말을 타고 달려온 백인 청년이 깃발을 꽂았다. 그는 땅을 얻었다. 개울가의 그림 같은 집에서 아름다운 아내와 살아가는 환상이 청년의 머릿속에 펼쳐진다. 1992년 개봉된 영화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의 마지막 장면이다. 가난에 짓눌렸던 주인공(톰 크루즈 분)은 서부 개척민에게 160에이커(19만5,870평)의 땅을 사실상 공짜로 내주는 정책(homestead act) 덕분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영화의 이면에는 인디언의 슬픈 역사가 감춰져 있다. 미국 정부는 남의 땅으로 선심을 베풀었다. 백인에게 터전을 앗기고 종족이 죽어나가자 수우족 인디언들은 종교에 빠져들었다. 전통신앙과 기독교 교리가 합쳐진 ‘망령의 춤교(Ghost Dance Religion)’가 ‘들불’처럼 번졌다. 1890년 겨울, 라코타족 350명은 ‘봄이 오면 메시아가 지진을 일으켜 악마(백인)를 몰살시키고 억울하게 죽은 인디언들을 살려낼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약속의 땅으로 이동하던 도중 제7기병대와 마주쳤다. 저항하지 않기로 결정한 인디언을 상대로 총기와 도끼는 물론 천막을 세우기 위한 지주 막대기까지 빼앗으려던 미군은 끝내 최신형 호치키스 기관총 4정을 동원, 총탄을 퍼부었다. 라코타족 153명이 즉사하고 부상자 147명도 얼어죽었다. 목적지였던 ‘믿음의 땅’에 도달한 인디언은 남자 4명, 여자와 아이들 47명뿐이었다. 인근 백인들의 예배당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는 ‘땅에는 자비, 사람에겐 평화’란 푯말이 걸려 있었다. 학살은 명예였다. 미국 의회는 12월29일 자행된 운디드 니(Wounded Knee) 학살에 참가한 미군 병사 20명에게 명예 메달을 달아줬다. 미국은 인디언의 피를 먹고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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