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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택시잡기 힘든 이유 따로 있었네

개인택시 운전자 고령화로 운행률 뚝… 의무운행 규정 유명무실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고령화되면서 심야 시간에 의무적으로 운행하도록 돼 있는 규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고령의 운전자들이 심야 운행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만큼 한밤에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교통수요를 감안해 개인택시는 오전7시부터 오전10시, 오후7시부터 자정까지 의무적으로 운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저녁 회식을 마친 뒤 귀가하는 시간대인 오후10시부터 자정까지 개인택시 운행률은 76%에 그치고 있다. 반면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는 시내 개인택시의 약 80%가 운행하고 오후2시부터 오후6시까지는 89%의 운행률을 보이고 있다. 오후6시부터 오후10시까지 운행률이 91%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10월 현재 서울시내 개인택시 수는 4만9,307대로 3부제를 감안한 하루 운행대수는 3만2,000대다. 이 가운데 오후10시부터 다음날 오전2시까지 2만4,250대만 운행되고 나머지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새벽 시간이 되면 개인택시 운행률은 급감한다. 오전2시부터 오전6시까지 개인택시 운행률은 23%로 7,500대만 운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개인택시의 낮 시간대 운행 쏠림 현상에 대해 시의 한 관계자는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들이 체력 문제로 심야 시간대 운행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가 거듭할수록 개인택시 기사들의 고령화가 심화돼 심야 시간대 택시 부족 현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개인택시 기사의 연령 분포를 보면 60대 이상이 전체의 52.8%로 절반을 넘는다. 법인택시 기사를 포함한 전체 택시 기사 중에서는 65세 이상 비중이 올 3월 기준 15.4%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 택시 기사는 개인택시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한번 면허를 취득하면 대부분 평생 반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운전기사인 최병렬(72·가명)씨는 매일 오전9시에 운행을 시작해 오후7시께 귀가한다. 최씨는 "밤늦은 시간 벌이가 더 낫기는 해도 취객들에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고 해서 일찍 들어가는 편"이라며 "나이가 있다 보니 아침에 나간 후 밤늦게까지 운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택시들이 낮에만 몰리다 보니 법인택시들의 승차경쟁이 심해지는가 하면 공차 운행에 따른 도로정체 등 사회적 비용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 심야 시간대에는 택시 공급이 부족해 승차난으로 시민불편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는 그동안 단속과 처분 사례가 없었던 개인택시 의무운행시간 제도를 보다 현실에 맞게 조정하거나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실제 시민에게 필요한 교통수요에 맞게 개인택시를 공급해 심야 시간대 승차난을 해소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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