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소통입니다." 최근 KAIST에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안철수(49ㆍ사진) 교수는 1일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학교 행정은 기업 경영과 달리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핵심"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소통의 핵심은 신뢰이며 신뢰 없는 소통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신뢰가 생기려면 무작정 믿어달라고 하기보다 자신이 손해 본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이날 안 교수를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 정식 임용하고 임명장을 수여하기로 했지만 법인화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행정관을 점거함에 따라 임명장을 전달하지 못했다. 안 교수는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아직 법인화의 장단점을 알지 못해 얘기하기 어렵다"며 "다만 법인화된 KAIST를 '실패한 사례'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만큼 선례를 참고해 반영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이유에 대해 그는 "KAIST에서는 한 해에 학생 100명을 가르치는 일이 전부였다.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던 차에 서울대에서 교수직을 제안해 와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만들어진 지 2년밖에 안 되는 신생 조직"이라며 "융합학문은 정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라 서울대가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사회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사회지도층이 부패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라며 "한국은 지난 10년간 사회 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졌는데 이는 기득권에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강연활동을 많이 하고 있으며 기업보다는 강연료가 없는 곳을 주로 찾고 있다. 컴퓨터 백신을 개발할 때부터 무료백신 보급사업을 하는 등 사회 격차 해소를 평생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 데 대해 그는 "3년 전 귀국해서 휴대폰을 개통했는데 5분마다 부탁 전화가 왔다. 그중 상당수는 강연 부탁이었는데 말로 직접 거절하는 일이 어려워 휴대폰을 안 쓰고 대신 e메일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차후 인사위원회를 거쳐 안 교수를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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