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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중국 경제] 부동산 거품 붕괴현장 가보니

곳곳 텅빈 아파트… 지방정부 유령도시서 허우적

최고 부자도시 어얼둬쓰… 순식간에 집·땅값 폭락

정부 미니 부양책 불구 불확실성 갈수록 커져

인적이 드문 중국 네이멍구 어얼둬쓰시 신개발 지역인 다라터치의 대로를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몇년 전까지 지역경제를 들끓게 했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개발기에 올라선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은 대부분 빈 채로 남아 있다. /다라터치=이호재기자

지난 1일 찾은 중국 네이멍구 어얼둬쓰(몽골어 오로도스)시의 서남쪽 신개발 지역인 다라터치는 유령도시였다. 30여분 동안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차와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대로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는 30층짜리 아파트들은 대부분 빈집이었다. 어느 순간 공안차량이 취재차량 옆에 섰다. "미루러마(迷路·길을 잃었는가)?"

네이멍구 사막에 자리 잡은 인구 140만명의 도시 어얼둬쓰. 1990년 중반부터 석탄과 희토류 등 자원개발 붐으로 이 도시는 중국 최고 부자도시로 올라섰다. 돈이 넘쳐났고 여기저기서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이 도시는 중국의 대표적인 구이청(鬼城ㆍ유령도시)으로 변했다. 석탄경기가 무너지자 아파트 공사장의 크레인부터 멈췄다. 아파트 가격도, 토지 가격도 폭락했다. 토지출양금(土地出讓金·토지사용권을 양도해 얻는 수입)에 의지하던 지방정부의 재정은 순식간에 악화됐다. 시 정부 부채도 1,000억위안(약 16조9,620억원)이 넘었다.

3일 상하이 남쪽 펑시안취 난치아오 중소기업구. 오후6시 퇴근시간이었지만 공업단지에는 중국 특유의 북적거림이 없었다. 오히려 산업단지라는 말이 무색했다. 청나라 초기에 만들어진 수로를 끼고 50m가량 길옆에 들어선 상하이차오리솔라는 석 달 넘게 정상가동을 못하고 있다. 지난달 7일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전세계에 유명해진 기업이다.

이 공장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1시간여 동안 서성이다 겨우 말을 붙인 공장직원 리푸위씨는 "30% 정도 가동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급여도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씨는 대화 도중 불안한 듯 공장 쪽을 계속 쳐다보며 명함도 주지 않고 직함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다른 중위권 태양광 업체는 상위그룹에 합병되든지 파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의 앞날이 짙은 스모그에 갇혀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의 성장둔화세가 예상됐던 것인 만큼 개혁을 통해 해결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중국 경제는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불확실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7.5%로 제시했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4분기 성장률은 7.2%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급격한 성장둔화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최근 중소기업 세금감면, 철도건설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미니 부양책을 꺼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미니 부양책'일 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차이나 리스크를 '불확실성'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어얼둬쓰의 부동산 거품 붕괴, 상하이차오리에 이은 하이신철강·싱룬부동산의 디폴트, 그리고 셔양농촌상업은행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이탈) 등 각각의 사건들은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대응도 문제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시도하면서도 한쪽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광역도시 개발 카드를 꺼냈다. 한계기업 정리를 내세우면서도 규모의 경제에 대한 지원으로 또 다른 과잉생산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에 대한 대책을 기대하던 시장은 문제를 문제로 덮는 정책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로스트 인 오르도스(Lost in Ordos)'는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이다. 여기에서 6명의 유럽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은 텅 빈 거리를 질주하다 길을 잃어버린다. 차도 사람도 없는 어얼둬쓰의 거리는 중국 경제가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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