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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투혼의 질주… '아시아의 영웅'으로

스피드스케이팅 男 1만m 올림픽 신기록 … 한국, 금3은2로 '빙속 최강' 도약

24일(한국시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경기가 열린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 검은 유니폼의 한국 선수들은 객석을 가득 메운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응원단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이승훈이 놀라운 속도로 트랙을 질주하자 장내 아나운서는 "한국의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 페이스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순간 관중석이 술렁이더니 네덜란드 응원단은 자기 나라 선수가 함께 뛰고 있는데도 이승훈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승훈이 응원석 앞을 지날 때마다 큰 함성이 쏟아졌고 마침내 올림픽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기립 박수를 보내며 아시아의 영웅에게 경의를 표했다. 스피드 코리아의 질주에는 한계가 없었다. 07학번 동기 삼총사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기어코 기적 같은 일을 이룩해냈다. 모태범과 이상화가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에서 동반 우승을 이룬 데 이어 이승훈이 '아시아의 불모지'인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기존 기록을 0.37초 앞당긴 올림픽 신기록(12분58초55)으로 우승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종목 장거리 챔피언에 올랐다. 동갑내기 삼총사를 앞세운 한국은 세계 빙속사도 연일 새로 썼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롱트랙'에서 남녀 단거리를 동반 제패한 데 이어 지난 1984년 사라예보올림픽의 러시아에 이어 26년 만에 장ㆍ단거리에서 모두 우승하며 이정표를 남겼다. 또 이전 올림픽까지 단 2개의 메달(은1동1)에 그친 스피드스케이팅 후진국에서 단숨에 세계 최강의 빙상 국가로 우뚝 섰다. 이날까지 펼쳐진 스피드스케이팅 9개 종목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해 전통의 빙속 강국 네덜란드(금3 은1 동2)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승훈의 이날 금메달은 이번 올림픽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승훈은 설 연휴에 열린 5,0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1만m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불과 7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1만m 공식 대회 출전은 고작 3번째였다. 이승훈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훈은 이날 16명의 참가 선수 가운데 5조 인코스에 편성돼 네덜란드의 신예 반 데 키에프트 아르젠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400m 트랙을 25바퀴나 돌아야 하는 '빙판의 마라톤'에서 이승훈은 첫 바퀴부터 메달을 향해 숨가쁜 질주를 시작했다. 첫 바퀴를 돌았을 때 성적은 앞서 1위였던 노르웨이의 스베레 하우글리보다 0.69초 빨랐다. 이승훈은 계속 가속도를 붙여 달려나가더니 절반 정도 지난 5,200m 지점에서는 무려 10초22나 단축했다. 쇼트트랙에서 배웠던 코너링 주법을 적극 활용한 이승훈은 지친 기색 없이 기록을 지속적으로 단축했고 마지막 바퀴를 돌 때는 같이 뛴 선수를 1바퀴 이상 추월했다. 결승점에 통과한 순간 전광판에는 12분58초55가 찍혔다. 7년 묵은 올림픽 기록(12분58초92)을 0.37초 앞당긴 신기록이었다. 레이스를 마친 이승훈은 초조하게 남은 선수들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지난 토리노올림픽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봅 데 용은 13분06초73으로 경기를 마쳤고 강력한 우승후보인 마지막 주자 스벤 크라머는 이승훈보다 4.05초 앞선 12분54초50에 레이스를 끝냈지만 실격 처리됐다. 크라머는 8바퀴를 남겨 둔 상황에서 아웃코스로 진입할 때 코치의 잘못된 지시로 아웃코스 대신 인코스를 두 번이나 돈 것. 크라머는 "코치의 실수로 금메달을 놓쳤다"며 좀체 분을 삭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승훈은 모태범 등과 함께 28일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 출전해 나란히 대회 3번째 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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