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올해도 '디플레탈출'에 실패했다. '리스트라'경기로 불리는 사상 최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90년대 들어 촉발된 부동산 거품 붕괴의 후유증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 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체력'을 비축해 온 기업부문의 왕성한 투자 활동이 가계에 본격적인 파급효과를 미치는 내년에는 디플레 탈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19일 다시 금리를 동결, 디플레 재발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반영하는 한편 '성장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일단 보조를 맞췄다. ◇디플레 탈출 내년으로 넘어가= 극심한 디플레에 시달리는 일본은 올해도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보다 낮은 '명목역전'현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경제볼륨을 갉아 먹었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 관방성이 내각에 보고한 올해 경제성적표는 실질 성장률 1.9%, 명목 성장률 1.5%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보다 대폭 후퇴한 것으로 당시 일본 정부는 사상 최장 경기확장 국면이 예상되면서 '디플레 탈출'을 낙관했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예측한 GDP 증가율은 실질 2.1%, 명목 2.2%였다. 아시히신문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치"라면서 "디플레 탈출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진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디플레 탈출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오타 히로코 경제재정상은 이날 "활발한 기업활동의 성과가 가계부문에 파급되는 것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디플레이션의 끝이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내년도 경제전망을 통해 실질 성장률은 2%, 명목성장률은 2.2%에 각각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월 금리인상 가능성 높아=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0.25%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개인 소비가 미약하고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 경제 실태를 좀 더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1월 금리 문제를 재차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1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43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4분의 3이 내년 1월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이 소비 심리 회복에 악재로 작용, 디플레 조기 탈출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인상 시기를 2월 내지 3월로 전망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2월을 금리인상 시기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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