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고유가 현상이 미국의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초래해 세계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13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69.32달러로 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사상최고가(70.85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브렌트유가 사상 처음 70달러선을 넘어서자 ‘고유가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가격 움직임에 후행해온 런던국제석유거래소(IPE)의 브렌트유가 앞서 70달러를 돌파한 것은 서아프리카와 이란의 IPE 원유공급 비중이 더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날 발표한 ‘2006 세계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유가로 산유국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는 것과 달리 미국은 무역적자 확대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글로벌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 또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고 있는 산유국들이 이를 미국에 쏟아 부으면서 미 정부의 저금리 정책을 유도, 소비증가와 함께 무역적자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이러한 무역 불균형 상황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질수록 달러화 가치 폭락 위험도 높아지며 이것이 미국의 급속한 금리인상으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무역적자의 절반가량이 높은 에너지 가격과 값싼 수입품에 의존하는 미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무려 8,049억달러로 사상최고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4ㆍ4분기(9~12월)에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전 분기에 비해 21.3% 늘어난 2,249억달러에 달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7% 규모다. 더욱 큰 문제는 과거 고유가로 인한 무역 불균형의 경우 미국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의 경제성장 둔화와 물가상승으로 빠르게 조정됐으나 이제는 석유 수출국들이 과거처럼 돈을 소비 부문에 풀어놓지 않아 무역 균형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따라서 불안정한 금융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갑작스럽고 급격한 조정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IMF는 이미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면 세계경제는 0.1~0.5%씩 성장률 하락요인을 안는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라구람 라잔 IMF 수석 경제분석가는 “고유가가 유발하는 세계적인 금융 불안정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대안으로 산유국들이 오일달러를 보다 많이 소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자국 내 교육이나 인프라 부문 구축에 투자를 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또 국제적인 금융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IMF 보고서 전문은 오는 19일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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