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긴급 대출, 외국으로부터의 현금 차입, 금리 인상…. 1978년 11월1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긴급 발표문의 골자다. 핵심은 300억달러에 이르는 현금 확보. 여차하면 외환시장에 무제한 개입해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서다. 미국은 막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는 서독과 일본ㆍ스위스에서 150억달러, IMF로부터 50억달러(특별인출권 20억달러 포함)를 빌리고 100억달러의 신규 채권을 찍었다. 정부 보유 금(金) 매각 물량도 평시보다 8배 늘리고 중앙은행의 재할인율도 8.5%에서 9.5%로 올렸다. 다른 나라였다면 파산 선언으로 간주됐을 조치를 미국이 취하게 된 표면적 이유는 두 가지. 달러화 가치가 불과 1년 사이에 주요국 통화에 대해 16%나 떨어지고 물가상승률도 두자릿수를 향해 치솟았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위상이 더 떨어지면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기대대로 달러화는 단박에 약세에서 강세로 돌아섰으나 문제는 무역수지 적자 심화. 1975년 달러당 305엔에서 1977년 말 240엔, 1978년 10월 말 176엔까지 내려갔던 일본 엔화의 대미 환율이 1980년대 초반에는 250엔으로 반등했으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일본산 상품이 미국 시장을 휩쓸었다. 문제는 지금이다. 1978년 국내총생산(GDP)의 1%를 밑돌던 경상수지 적자는 곧 6%선에 이를 정도로 경제의 내용이 나빠진 가운데 달러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기축통화를 찍어내는 미국은 오히려 즐기는 분위기다. 달러의 지위는 언제까지 갈까. 장담할 수 없다. 일부 산유국들은 원유대금을 유로화로 받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거품이 낀 세계 경제에 통화전쟁이라는 암운까지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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