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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커다란 착각에 빠져 살아 왔다. 주택담보대출로 멋진 집을 사고 오르는 펀드로 부채를 갚으면 된다는 착각, 저지방 식품을 먹으면 몸매가 날씬해질 것이라는 기대, 세계 도처에 성 매춘이 버젓하게 이뤄지지만 노예는 없어졌다는 생각… 이탈리아 경제학자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풍요로움은 지하 경제를 이루는 검은 ‘악당’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악당이란 긍정적인 경제활동의 이면에 숨어있는 부정적인 그림자이며, 진보의 기저에 늘 도사리고 있는 그릇된 세력을 일컫는다. 금융계의 부실을 키웠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값싼 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제 3세계 아동, 성 매춘 등은 악당의 지하 경제 시스템이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정치세력은 되래 이들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나누고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악당들의 경제학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위해 전 세계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북극 빙하가 녹고 난 후 드러날 비옥한 해저 영토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는 미국ㆍ러시아ㆍ캐나다 등 일부 국가들은 빙하가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구 온난화가 인류에게 고통을 안겨주겠지만, 악당들에게는 새로운 돈벌이 기회라는 것. 책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잠복한 악당과의 원치 않는 동침을 하게 된 실태와 근원을 밝힌다. 또 이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국가ㆍ종교적 연대를 통한 긍정적인 결속력 강화를 제시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저자는 이슬람 금융을 꼽는다. 이슬람의 투기를 금하면서 생산적 수단으로 돈을 이용할 것을 권하는 전통적 법체계를 근간으로 운영되는 이슬람 금융은 세계경제가 휘청거릴 때 더욱 굳건한 힘을 발휘한다는 게 선정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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