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주곡이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7년 가을. 북미 최대 관광지인 나이아가라 폭포의 캐나다 쪽에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받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미국 경제가 곪아터지면서 달러 가치가 자유 추락하자 환차손을 우려한 캐나다 상인들이 캐나다달러(일명 루니화)를 요구했던 것이다. 2007년 봄 1루니화는 85센트였으나 그 해 11월 1달러10센트까지 올랐다. 캐나다인들이 국경을 넘어 당일치기 뉴욕 원정쇼핑 러시를 이룬 시기도 이맘때다. 국경을 넘는데 5분이면 족한 미국과 캐나다는 달러 가치의 변동에 따라 울고 웃는다. 달러와 루니 가치의 1대1 등가 시대가 재 도래하자 캐나다인들이 다시 원정쇼핑에 나서고 있다. 따뜻한 플로리다 등지의 미국 주택을 겨울나기 별장용도로 싼 맛에 사들이고 있다. 반대로 캐나다 관광업계는 루니화 급등에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관광객이 줄까 봐 울상이다. 캐나다 루니화는 6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전날 보다 0.3% 오르면서 달러 대비 정확히 1대1 등가를 찍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루니화는 1.0012달러로 달러가치 보다 약간 높다. 리먼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직전 지난 2008년 7월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등가시대가 열린 것이다. 앞서 루니화는 2007년 가을 30여 년에 만에 처음으로 달러와 같은 가치를 보이다 금융 위기가 폭발하자 80센트대로 추락했다. 안전자산 회귀심리로 기축통화인 달러 매입 수요가 늘어나고 국제 유가가 폭락한 것이 달러 강세ㆍ루니 약세의 배경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캐나다 루니화 가치가 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캐나다 경제 사정은 미국 경제보다 휠씬 낫다. 올 여름쯤 캐나다중앙은행은 0.25%인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반면 미국의 금리인상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자원부국인 캐나다의 루니화는 호주 달러, 브라질 레알화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상품 통화로 꼽힌다. 원유매장량은 비 중동 지역으로는 세계 1위이고 천연가스와 밀 수출은 세계 2위, 알루미늄 생산은 세계 1위다. 세계 경제가 회복가도에 들어가면 상품 시장의 랠리로 상품 통화가치가 상승하기 마련이다. 루니화 가치는 국제유가 흐름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달러ㆍ루니 등가 시대 재연에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캐나다 부자들은 루니화 가치가 슬금슬금 오르자 기후가 온화한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등지에 겨울철 별장용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다. 루니화는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24% 급등했다. 미 부동산중개업협회(NAR)는 지난해 2만7,000명의 캐나다인들이 미국에서 별장용 주택을 매입한 데 이어 올해는 이 보는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미 최대 명품 아울렛이 위치한 뉴욕주 우드버리에는 자동차로 6시간 거리의 캐나다 온타리오주 차량 번호판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캐나다 관광ㆍ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관광협회 데이비드 골드스타인 회장은 "올해는 아주 어렵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분위기를 전했다. 온타리오ㆍ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 미 접경지역 유통업계는 캐나다인들의 국경을 넘는 원정 쇼핑으로 지역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일간 밴쿠버 선은 "루니화 가치는 적어도 1년 정도는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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