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자식을 위해 젊을 때 열심히 일한 실버세대의 은퇴 후 겪는 상실감은 그만큼 크다. 최근 들어서는 정년이 갈수록 짧아짐에 따라 사회에서 소외됐다는 기분까지 들면서 노인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다. 김희철 노인복지시설협회장은 이를 두고 "요즘은 70대 초반까지도 건강하기 때문에 노인이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는데 정년 때문에 은퇴 후 역할을 상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고령자라고 해도 재취업이 활발하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만 해도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조선업계는 퇴직한 노병을 구하는 데 모든 조선사가 혈안이 돼 있었다. 플랜트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세 번이나 옮길 정도로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경제상황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나이 많고 힘 없는 고령인력이 퇴출 1순위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게 자신들이 앞날을 내다보지 못해 겪는 고통이기 때문에 늦기 전에 미리미리 노후를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아름다운 노년을 맞기 위한 제2의 직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능력만 준비되면 장기적으로 취업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자신의 장래경력을 설계하고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과 구별되는 비교우위 분야의 전문지식을 쌓고 객관적인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자격ㆍ실무경력 등도 평소에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고령자에게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취업을 알선해주는 등 고령자 취업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노동부는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55세 이상 근무자가 실직했을 때 훈련을 거쳐 취업으로 연계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일자리에 고령자들이 많이 갈 수 있도록 사회적 캠페인의 인식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도 이와 유사한 고령자 고용촉진 방안으로 55세 이상 저소득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간제 고용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혜자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지역 및 정부 기관에서 일하게 되며 65세 이상의 40%가량이 이런 형태의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노동부는 산업인력공단과 손잡고 지난해 떡 만들기, 용접보조원, 지역관광안내원 등 11가지의 직업훈련과정도 신규 개발해 개인 특성에 맞는 직업을 연계해주고 있다. 이는 모두 국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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