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카메라를 들고 빛으로 시를 썼지요." '샤이르'. 아랍어로 '시인'이자 '광야로 쫓겨난 예언자'라는 뜻이다. 10년간 중동에서 '샤이르 박'이라 불리며 활동해온 박노해(51) 시인이 첫 번째 사진전 '라 광야전(展)'을 개최한다. 전시회는 다음달 7일부터 서울 중구 저동에 위치한 갤러리M에서 시작될 예정이며 박노해가 중동에서 찍은 4만여점의 사진 중에서 선별된 37점의 흑백사진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해 선보인다. 박노해는 지난 1999년부터 10년간 이라크ㆍ레바논ㆍ팔레스타인ㆍ쿠르디스탄 등 중동의 분쟁지역과 빈곤지역에서 활동하며 4만여컷의 사진을 찍었다. 박노해는 "분쟁현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인 동시에, 점령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카메라였다"며 "저의 시는 국경을 넘는 순간 언어의 국경을 넘을 수 없었지만, 카메라는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며 사진을 찍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때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다 사형 선고를 받았던 박노해는 1998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1999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했다. 박노해는 "당시 쿠르드 지도자가 구속돼 유럽 전역이 대대적인 시위로 몸살을 앓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중동 분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바로 중동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중동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에 대해 박노해는 "중동은 우리나라와 가장 먼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서구에 의해 가장 많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사람들의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단편소설을 쓸 수 있을 만큼의 사연이 담겨 있다"며 "사진 전시를 통해 마음의 선함과 용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