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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4일] 서울시의 '시프트' 과욕
입력2009-06-03 17:21:07
수정
2009.06.03 17:21:07
“세계적인 연구소와 국내외 기업, 대학 연구센터, 국내 유수 의과대학 임상 실험 연구센터 등을 유치하겠다.”
서울시가 지난 2005년 말 336만㎡에 달하는 서울 마곡지구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마곡지구를 첨단 융합기술의 심장부로 조성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다.
서울시의 야심 찬 청사진이 나온 후 4년이 흐른 지금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마곡지구는 첨단 산업단지 조성과는 전혀 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임대주택 비율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마곡지구 개발계획을 변경하면서 택지면적의 30%를 임대주택으로 건설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불과 3개월 후 강서구청은 임대주택 비율이 과도하다며 25%의 비율을 제시했다. 이에 서울시 주택국은 임대주택비율을 50%로 늘리는 방안으로 맞섰다.
이유는 중산층 무주택자를 위한 시프트(장기전세주택) 공급 확대 때문이다. 시프트는 서울시가 가장 자랑하는 주택 정책이다. 마곡지구 내 임대주택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프트 공급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럴 경우 마곡지구 전체 1만1,914가구의 주택 중 7,232가구를 시프트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은 대외명분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본말이 전도됐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마곡지구가 각종 정책이 얽힌 정책실험 무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마곡지구를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면서 그 배후에 고급인력이 거주하는 주택을 짓는다는 게 당초 서울시의 계획이었다. 여기에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시프트 계획이 추가되면서 본질이 흐려졌다.
강서구청의 한 관계자도 “서울시가 첨단 산업단지의 고급인력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마곡지구에 택지지구를 조성한다고 밝혔으면서 이제 와서 이 택지에 시프트 정책까지 가미하면 택지지구를 조성할 이유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첨단산업단지와 시프트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서울시의 과욕으로 마곡지구가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로 변모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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