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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윤영석 플랜트산업협회장

"원조투자 늘려 '수주 부메랑' 노려야" <br>탁월한 기술력 힘입어 플랜트산업 비약 성장<br>사업타당성 조사 지원예산 美의 4%에 불과<br>멀리 보고 정부 적극 지원땐 호황 지속 자신


“2,270억달러에 이르는 국내 외환보유액의 10%만이라도 후진국 원조 및 경제발전 지원에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맹목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좁게는 ‘한국의 지원세력’을 만드는 것이고 넓게는 ‘한국경제의 글로벌 저변’을 확보하는 국가적 선택입니다.” 사상 최대의 해외수주 실적을 경신하며 절정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한국 플랜트산업을 이끌고 있는 윤영석 플랜트산업협회장(두산중공업 부회장)은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모양이다. 지난 14일 강남의 교보타워의 두산중공업 부회장실에서 만난 윤영석 회장은 1시간 30여분 동안의 인터뷰 내내 플랜트 산업에 대한 자신감과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 등을 간단없이 쏟아냈다. 윤 회장은 특히 한국 플랜트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한국 경제의 종합적인 능력이 뒷받침되면서 세계 무대에서 주인공(원청업체 자격 획득)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효과”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탄력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장장 24년 동안 기업경영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했고 지금도 플랜트산업을 이끄는 총수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 회장을 만나보았다. -해외 플랜트 수주 및 수출이 경이적일 만큼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기 둔화를 걱정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플랜트업계 호황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 경제가 종합적으로 발달한 것이 해외에서 신뢰도를 얻는 데 커다란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5년 전까지도 한국의 플랜트산업은 원청업체 역할을 꿈꾸지 못했지만 지금은 지구촌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사업이라도 한국을 주요 원청업체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해외공사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부가가치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원청업체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가가치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해외플랜트 수주는 64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58억달러로 올라섰습니다. 올해는 9월 현재 벌써 180억달러를 달성했으니 굉장한 속도지요. 이렇게 된 배경은 고유가와 오일머니 증가 덕분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국내기업과 정부 및 유관기관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플랜트 수주액이 미주와 유럽 지역에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고무적인데요. ▦기쁜 일이지요.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국내 기업의 주력시장은 중동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액의 53%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35%로 줄었고 대신 유럽과 미주 지역이 각각 26%, 15%를 차지했습니다. 일단 우리 기업들이 자신만만해 하는 정제시설, 석유화학공장, 발전 및 담수플랜트 등의 발주량이 중동뿐 아니라 유럽ㆍ중남미 등에서도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진 기업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속도’를 우리 기업들은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담수플랜트의 경우 외국기업들은 평균 두달 이상의 작업기간이 필요하지만 국내기업은 한달 정도면 충분합니다. 최근에는 노하우가 더 축적돼 최단 보름까지 줄였던 사례도 있습니다. 이 덕분에 수주가격이 외국기업보다 훨씬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공사기간과 착공 후 가동에 따른 경제효과를 감안할 때 한국기업에 발주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고유가로 보는 피해를 플랜트산업이 상당 부분 만회시키고 있어 다행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그런 점에서 한국과는 윈윈 관계입니다. 우리는 중동 석유를 수입해 사용하고, 그곳에서는 플랜트를 발주해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요. 산유국들은 특히 유전 개발을 통해 확보한 달러로 석유화학플랜트ㆍ발전소 등 국가기간시설을 의욕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원유 조달비용이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오일달러가 플랜트 수주를 통해 국내로 피드백되는 셈이지요. 산업 주변의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최소 오는 2010년까지는 플랜트산업의 전도가 매우 밝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국의 플랜트 산업이 경쟁기업이나 경쟁국의 견제 없이 순탄하게 황금기를 계속 구가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하기는 곤란하겠지요. 실제로 미국과 일본기업의 견제와 방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본래 자신들이 나눠먹던 시장이었으니까요. 한국기업의 수주능력이나 노하우에 대한 비방도 음으로 양으로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특히 미국이나 일본은 해외 플랜트 수주를 위해 자국 기업들에 엄청난 자금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사업타당성 조사경비 지원을 위해 연간 500억달러 정도를 쏟고 있으며 일본도 200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현재 20억원 가량을 확보해 기업들의 초기 비용부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쫓아다니고 있는데 정부가 나선다고 크게 달라지겠느냐고 볼 수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가급적 리스크가 적은 사업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정부가 초기 사업자금 20억원으로 조금씩이라도 쪼개서 이곳저곳을 지원하면 기업들은 당장 그 돈을 씨앗삼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있는 플랜트 수주에도 나설 채비를 합니다. 마치 펌프에서 물을 뽑기 위해 먼저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줘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는 기업 지원에 소극적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적 지원에 대해) 효과를 따져야 하겠지요.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기 효과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장기 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당장의 작은 지원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커다란 결실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사실 이 같은 내용을 정부 관료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부처는 부처대로 국ㆍ실은 국ㆍ실대로 각기 복잡한 사정이 있거든요. 이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결국 최고 책임자(대통령을 지칭하는 듯)가 나서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인 구조로 변해 있기 때문에 누군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 아닙니까. -정부 지원에 대한 아쉬움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한마디만 더 하지요. 우리보다 뒤처져 있는 중국의 경우 국가 차원의 자원외교 노력은 대단합니다. 아프리카 오지의 국가에 대해 수십억달러의 원조를 선뜻 내놓기도 합니다. 일본은 더 적극적이고요. 이들 국가의 이 같은 원조투자는 결국 기업들을 통해 훨씬 크고 광범위하게 되돌아옵니다. 지금은 기업 단위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국가 단위의 경쟁이 보다 파괴력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다른 부문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까. ▦인력 충원이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아시다시피 젊은 층이 쉽고 편한 직업만을 선호하다 보니 ‘새로운 피’가 항상 부족합니다. 게다가 국가 외환위기 이후 각종 명분으로 기존의 고급인력들을 현장에서 내몰았습니다만 이것이 고스란히 기업에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 부문에서는 인도나 제3국 자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협회 차원에서 기존의 고급인력들만이라도 되돌아오게 하기위해 현재 ‘인력풀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플랜트 산업은 정부가 조금 더 전향적으로 받쳐준다면 글로벌 무대의 5대 세력으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지요. 특히 해외플랜트 수주를 확대하려면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은 다음 세대의 여러 먹거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이 책임질 부문은 반드시 책임질 것이니 정부가 초기 사업자금 지원 규모를 두배 이상 늘려만 준다면 미국ㆍ일본의 견제를 떨쳐내겠습니다. ● 19일부터 5일간 플랜트산업 포럼
해외발주처 CEO등 초청…25억달러 수주 목표
오곡이 익어가는 시절이지만 윤영석 플랜트산업협회 회장에게는 이번주가 한 해 농사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플랜트 산업 주간인 19~23일까지 5일간 해외 주요발주처 최고경영자 20여명과 국제금융계 거물 및 중동 언론인 등을 '2006 플랜트 산업 포럼'에 초청해놓았다. 또 세계적인 상업은행 소시에테제네랄ㆍBNP파리바 및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대표(Head)들을 초청해 선진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체득하고 국제상업은행과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해놓고 있다. 윤 회장은 "이번 행사는 대ㆍ중소 플랜트업계가 실질적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포럼에서는 김종갑 산업자원부 제1차관이 '글로벌 경제 속에서 한국경제의 위상과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모하메드 엘 딘 이집트 석유화학 회장이 이집트 플랜트 산업과 석유화학산업 동향을 설명한다. 이란과 터키ㆍ사우디의 경제 및 석유화학 산업 관계자들도 자국의 정제시설 및 석유시설 투자계획을 밝힌다. 전문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와 수출진흥기관인 KOTRA가 각각 '세계플랜트 시장동향 및 전망'과 '중동 플랜트시장 발주현황 및 전망'을 발표한다. 플랜트협회가 이번 포럼을 통해 거둬들이려는 수주목표는 25억달러. '욕심이 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윤 회장은 "세계 10위권을 넘어 플랜트 산업 빅5에는 속해야 성이 찰 것 같다"며 웃었다. 해외발주처 대표와 국제상업은행 글로벌 대표들은 포럼 말미에 개별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구체적인 프로젝트 참여 및 공동협력을 논의한 후 울산 등 주요 산업시설을 돌아본 뒤 오는 23일 돌아간다. ● 윤영석 회장은
취임이후 사상최고 수주실적 이끌어
70년대엔 '섬유한국 신화' 일등공신
윤영석 플랜트산업협회 회장 겸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함께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이다. 대우중공업 사장에 오른 것이 지난 80년. 이후 2004년까지 24년간을 줄곧 최고경영자(CEO)로 지냈다. 그동안 섭렵한 업종도 섬유ㆍ조선ㆍ기계 등 다양하다. 하지만 윤 회장은 여전히 현역 CEO로 자임한다. 개별기업을 책임지지는 않지만 플랜트협회장으로서 업종 전체를 책임진다는 마음자세다.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70년대 '섬유한국의 신화'를 일구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그는 '대우사태'에 대한 마음의 짐은 여전하다. 그의 경력 속에서 대우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마다 그는 "내가 죄인 아닙니까"라며 고개를 숙였다. 윤 회장은 "김우중 회장의 건강이 최근 호전됐지만 고령인데다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이 커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몸상태는 아니다"며 김 회장의 근황도 전했다. 대우를 평생의 빚처럼 자기 것으로 짊어진 윤 회장이지만 그가 한국 플랜트산업 전성기의 주역임을 부인하는 업계 관계자는 없다. 정부 관계자들조차 "2003년 꺾였던 해외 플랜트 수주액이 그가 취임(2003년)한 지 1년이 안돼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사상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올해는 8개월 만에 지난해 실적을 초과했다"며 그의 능력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4반세기를 CEO로 산 그의 경험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는 얘기도 더불어 나온다. 윤 회장은 인터뷰 후 사무실 밖까지 배웅한 뒤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제대로 찾아주고 현장을 뜨고 싶다"며 등을 돌렸다. ◇약력 ▦38년생 ▦경기 양평 ▦경기고ㆍ서울대 상대 졸업,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경영학석사 ▦68년 대우실업㈜ 입사 ▦80년 대우중공업 사장 ▦85년 대우조선 사장 ▦90년 ㈜대우 사장 ▦95년 대우중공업 회장 ▦95년 대우그룹 총괄회장 ▦98년 두산중공업 사장 ▦98년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장 ▦2002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2003년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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