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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환경 뒤에 숨은 경제패권 싸움

제13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 189개국의 협상 대표단을 비롯해 각국 환경시민단체(NGO), 취재진 등 1만여명이 몰려들면서 발리는 말 그대로 북새통이다. ‘포스트 2012’의 발리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협상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회의장 곳곳에선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의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12일부터 시작된 각국 대표의 기조연설에서는 개발도상국이건 선진국이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문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주장은 거의 들어볼 수가 없다. 하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각국은 ‘환경’ 보다는 오히려 ‘경제’에 더 집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측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가장 중요한 쟁점은 향후 국제질서에서의 경제패권 장악”이라면서 “각국은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을 뿐이다”고 말했다. 세계의 경제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보호의 가면 뒤에 의도를 숨긴 채 ‘온실가스 감축’ 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두 거대 축인 미국과 EU의 양보 없는 전쟁은 발리 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치열하게 진행됐다. 지난 1997년 39개 국가가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기로 한 교토체제를 미국은 ‘비준거부’를 통해 EU 중심의 질서 형성을 거부했다. 그러나 미국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교토체제는 EU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질서를 형성, 도리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우회적 방식으로 포스트 교토체제에 합류하려는 것도 결국 이 같은 인식이 작용했다는 게 협상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과 EU는 제13차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발리에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치르고 있다. 짧게는 앞으로 2년간의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 탄소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현재의 교토체제 방식에 개발도상국까지 참여시켜 외연을 확장시키려는 EU와 ‘교토체제가 온실가스 감축에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미국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어떤 전략을 갖고 어떤 흐름에 동참할지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순간이다. 기후변화 대응과정에서 세계 경제 10위권에 맞는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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