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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은근히 바라고 있다

제2보(22~33)



흑23으로 따낸 데까지는 거의 절대 수순이다. 여기서 백이 우변을 차지하면 흑은 하변을 차지하여 쌍방이 집짓기로 가게 된다. 집짓기는 이세돌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길이다. 상대방이 둘 자리를 역으로 선점한 백24가 이세돌답다. 이렇게 되면 흑25는 너무도 당연한 수가 된다. 백26으로 하나 씌워놓고 손을 돌린 것은 이것 역시 이세돌답다. 상대방의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 백28을 보자 강동윤이 생각에 잠긴다. 여기까지는 쌍방이 거의 노타임이었는데 강동윤은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도무지 착점을 하지 않는다. "제일감은 맹공격입니다. 저라면 무조건 덮쳐갈 겁니다."(서능욱) 그가 소개한 맹공격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5로 우악스럽게 씌워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오로의 오늘 해설자 백대현6단의 해설은 달랐다. "이 코스는 백이 은근히 바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원래 우상귀 방면은 흑이 큰 집을 지을 수 있는 지역인데 그곳으로 적을 몰고가는 것은 자기 진영을 지우는 결과가 되니까요. 더구나 우하귀에 패맛도 있어서…."(백대현) 우하귀의 A에 백이 선착하면 패가 나게 된다. 그 패가 남아 있는 한 백대마에 대한 맹공격은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이 백대현의 설명이었다. "아예 더 무식하게 끊는 공격은 어떨까?"(필자) 필자가 참고도2의 흑1, 3을 놓아 보이자 백대현은 백4 이하 12까지를 주르륵 놓아 보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백 2점은 흑의 수중에 떨어지지만 물건이 너무 작고 불확실하다는 설명이었다. 강동윤이 29(15분), 31(5분)로 사전 공작을 하자 이세돌은 그제서야 백32로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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