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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8월 30일] '국세청장 잔혹사' 그만 밟아야

올 1월 이 칼럼을 통해 '국세청장 잔혹사 막 내리나'라는 주제의 글을 쓴 바 있다. 그간 역대 청장들이 줄줄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거나 불명예 퇴진했으나 외부에서 영입된 백용호 국세청장 취임 이후 개혁에 힘이 실리면서 국세청장 잔혹사가 막을 내릴 때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백 청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가면서 국세청장 잔혹사 시리즈의 '마침표'가 '쉼표'로 바뀌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세청 차관에서 내부승진한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의혹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만 해도 위장전입, 석사 논문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안원구 전 국장의 감찰 개입 의혹, 초고속 승진 의혹 등 다수다.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가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로 낙마한 사례에 비춰볼 때 이 후보자의 의혹이 청장실로 직행하기에는 가볍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도덕성과 정치 중립성의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 후보자가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구설을 능가하는 메가톤급 의혹을 사고 있는 후보자가 상당수여서 상대적으로 이 후보자의 의혹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29일 김태호 총리 내정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자진 사퇴함에 따라 이 후보자의 '생존' 가능성은 99.9%로 사실상 19대 청장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박수만 칠 일도 아니다. 지난 1년간 '백용호식 개혁'을 앞세워 개혁 1순위에서 개혁 아이콘으로 변모했던 국세청이 청문회에서 다시 추문으로 얼룩지는 등 신뢰에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조직원들도 잊고 싶은 과거의 상처가 덧나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지난 26일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은 "김대중 정부 이후 8명의 국세청장 중 낙마하거나 구속된 청장은 5명으로 모두가 내부승진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강래 민주당 의원은 "역대 내부승진 청장들의 잔혹사를 밟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명한 이 후보자가 선배의 잘못된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흔들림 없는 법과 원칙을 통해 국세청장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고 후배의 모범으로 남길 기대한다. 잔혹시리즈 6편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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