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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25일] 재수가 없을 뿐?
입력2010-12-24 17:37:49
수정
2010.12.24 17:37:49
"올해 삼재(三災)가 낀 것 같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3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한숨 쉬며 한 말이다. '보온병' 설화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자연산' 발언으로 취임 후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그의 고충이 묻어난다. '대표를 바꾸고 싶어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못한다'는 몇몇 당내 의원의 수군거림 역시 그를 괴롭게 할 터다.
하지만 이런 푸념으로 보면 그가 이 사건을 아직도 '공교롭게도 재수 없어 터진 일'로 받아들이지나 않는지 의문스럽다. 안 대표와 측근 의원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보려고 한 말', '그 자리에 있던 여성들도 웃고 넘어가지 않았느냐'고 반론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측근은 그가 자연산 발언을 할 때 말리지 않고 한 술 더 떠 성형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자리에 있던 한 여기자가 안 대표의 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들은 '웃자고 한 얘기'라며 넘겼다.
여론에 가장 민감하다는 정치인이 할 언행이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요즘에는 일반 기업 남성 직장인도 의도와 상관없이 여성 직원이 혹시나 불쾌해할 만한 언행을 하면 공개적으로 질타 받는 세상이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그 자리에서 '전신 성형 의혹'을 받았던 걸 그룹 멤버와 다른 젊은이들에게 상처를 줬다. 그 멤버는 마침 20대 여성에게 정치인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참석한 터였다. 일이 이렇게 되자 그 방송사는 일단 프로그램 방송을 연기했다. 하지만 인터넷 누리꾼들은 '왜 안상수 대표는 사과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적어도 10~20대 젊은이의 정치 혐오증이 당분간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안 대표가 4선 정치인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밝힌 인권 검사'라는 경력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어째서 지금에 와 여성 인권에 무신경한 발언을 하게 됐는지 안타깝다. 당 대표가 되자 젊은이와 소통하겠다며 '2030 위원회'를 만든 그다. 젊은이를 생각하는 머리는 영민했을지언정 정작 젊은이에게 예민한 '인권 감수성'엔 둔감한 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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