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4는 가장 공고한 수비책이다. 이렇게 지켜놓으면 좌상귀의 백진은 철옹성이다. 쌍방의 진지에 약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싸움다운 싸움도 없이 끝내기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창호라면 이런 바둑에 아주 강하지만 이세돌은 끝내기가 전공과목이 아니라서…."(김성룡) "꼭 그렇지도 않아. 요즘 이세돌도 끝내기가 무척 섬세하더라고. 아마 박영훈이나 최철한 같은 후배가 끝내기 방면이 워낙 강하니까 이세돌도 신경을 많이 쓰면서 공부를 한 덕택일 거야."(김승준) 이세돌은 흑65로 붙이기에 앞서 5분쯤 시간을 썼다. 형세판단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 사이에 김승준은 생중계 사이트에 참고도1의 흑1, 3을 올려놓고 말했다. "이것이 가장 부드러운 처리입니다. 이것으로 흑이 선착의 효를 유지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세돌은 이 부드러운 길로 가지 않았다. 흑65 이하 69를 선수로 두고서 반상최대의 끝내기인 흑71에 붙였다. 백72, 74는 이 방면에서 선수를 뽑겠다는 전술. 참고도2의 백1로 받는 것은 흑이 2로 두고난 후 A에 붙이는 수단을 엿보게 되어 백이 손을 빼기가 거북하다. 이세돌은 백의 의도를 간파하고 더이상 좌변에 손을 대지 않고 흑75의 슬라이딩을 서둘렀다. 황이중은 백78로 고분고분 지켰는데…. 이 장면에서 형세판단을 해본 김성룡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안하다. 엄밀히 보자면 흑이 앞섰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과연 덤을 낼 수 있는지 의심이 돼요. 황이중이 지금까지 둔 수순에 악수나 완착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김성룡) "흑도 악수나 완착은 없었던 것 같은데…."(김승준) "우상귀 방면을 입체적으로 키우지 않은 게 문제였던 모양이에요." 어쩌면 하변을 단단히 지킨 수가 완착일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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